김 전 대통령은 이날 거제에서 열린 자신의 기록전시관 기공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여러 행태로 볼 때 머지않은 장래에 형무소에 가게 될 것이라 믿는 국민이 전부”라며 “얼마나 불행한 일이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 역사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노 전대통령까지 불행의 역사를 걷는다면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세계가 초유의 경제위기로 고통받고 수많은 북한 주민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참혹한 현실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6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이뤄냈다”면서 “돈을 갖다주고 정상회담을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아마 발표가 제대로 안됐지만 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사과문 발표 이후 처음으로 언론사 카메라에 모습이 잡혔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사과문을 발표한 지 사흘째인 9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사저 내 정원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잠시 정원을 거닐었으며 이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촬영됐다.
갈색 계통의 와이셔츠와 검은색 바지, 구두를 신은 노 전 대통령은 사저 건물의 옆문에서 나와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느린 걸음으로 10여초 안팎의 짧은 산책을 한 뒤 건물 뒤편으로 사라졌다. 또 감청색 계열의 코트와 검은색 바지 및 운동화를 신은 권양숙 여사는 노 전대통령을 뒤따라 나와 정원으로 나온 뒤 화단에 물을 주며 10여초 정도 머문 뒤 집안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나란히 산책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으며 권 여사는 1∼2초의 시간차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나온 뒤 집안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 내외의 얼굴은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고 피로감도 묻어나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5일 이후 4개월째 사실상의 ‘칩거’를 해오고 있으며 사저 밖으로 나오는 산책을 비롯해 외부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께서 아마 아침식사를 하시고 사저 내 정원을 잠시 거닐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형건평 씨가 구속된 이후 사저 바깥으로는 산책나오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25분쯤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뒤 봉화산에서는 산불까지 발생, 공무원과 마을주민들이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진화작업을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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