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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아줌마요? 동전의 앞뒷면 같아요. 이렇게 보면 상처가 많은데 그걸 뒤집어 보면 또 남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죠.”
여성 글쓰기 커뮤니티인 ‘줌마네’ 대표인 이숙경(45·사진)씨가 이혼한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어떤 개인 날’을 최근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초등학교 졸업부터 박사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서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아줌마들의 학교다.
그래서일까. 그의 첫 장편데뷔작 ‘어떤 개인 날’은 마치 옆집 아줌마의 일상을 관찰하듯, 사실적이다. 극단 한양레퍼토리 배우인 김보영씨, 광주에서 활동하는 마당극 배우 지정남씨가 출연한 이 저예산 영화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특정 문제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도시에서 고립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예요. 다들 무수히 많은 상처를 가진 채 살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살잖아요. 특히 서울 사는 사람이면 더 그렇지 않나요?”
영화 속 보영은 이혼한 지 1년째다. 절친한 친구를 찾아가지만 피곤하다며 대화를 피한다. 글쓰기 강의를 하러 연수원에 간 보영은 민요 강사 정남과 한방을 쓰게 된다. 정반대 성향을 지닌 두 여자가 서로 상처를 헤집다, 돌아앉아 우는 장면이 관객의 가슴에 꽂힌다. 이혼을 경험한 지씨와 신혼인 김씨가 촬영장에서 자연스럽게 나눈 대화가 대부분 영화에 반영됐다.
“극 중 보영은 어느 정도 배운 지식인이에요. 자의식이 강하고, 힘들고 구질한 모습을 남에게 잘 못 드러내요. 보영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아프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영화 주인공처럼 그도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40대 여성이다. 그러나 자화상을 담은 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40대들의 보편적 상황이 영화에 녹아 있단다.
“결혼 후 기반을 닦는다는 이유로 30대를 가장 바쁘게 살죠. 하지만 40대가 되면 조금 허무해져요. 새로운 인생을 살기도 두렵고, 또 돈이나 지위를 얻더라도 그토록 달려서 도달한 곳이 여기인가 싶죠.”
16일까지 이어지는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 부문에 출품된 영화는 서울 창천동 아트레온(13일)과 서교동 KT&G 상상마당(15일까지)에서 상영된다.
이 감독은 퇴근 후 집에 바로 가기 싫고 약속도 없는 날, 혼자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영화관은 꽉 차지 않고, 좀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나. 12세가. 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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