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중 난 몰랐다…증거 대라” 노 전 대통령의 노림수는

“재임 중 난 몰랐다…증거 대라” 노 전 대통령의 노림수는

기사승인 2009-04-13 22: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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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600만달러 의혹을 둘러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의 법리 공방이 불붙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몰랐던 일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잇따른 입장 발표에 불쾌해 하면서도 사실관계 입증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의 노림수는

노 전 대통령의 핵심 방어전략은 2007년 6월의 100만달러는 권 여사가, 지난해 2월의 500만달러는 조카사위 연철호(36)씨가 받은 것이며 자신은 모두 재임 중에 몰랐다는 것이다.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방어 진지를 구축한 뒤 검찰이 이를 뒤집으려면 증거를 대라는 취지다. 이는 재임 중 연결된 고리를 모두 차단해 포괄적 뇌물수수죄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 전 대통령이 예상 밖으로 강하게 나온데는 자신을 옥죄는 검찰의 카드가 박 회장 진술 외에는 없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권 여사는 100만달러의 사용처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연씨 역시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 또는 건호씨와는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돈을 받았다면 구체적인 대가성 없이도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권 여사에 대해선 청탁에 따른 대가임을 입증해야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이로 미뤄볼 때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변호사는 법리 검토를 이미 마쳤고,검찰에 대한 대응 논리 역시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주목되는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수 싸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3차례나 홈페이지를 통해 '외곽 주장'을 하자 내심 불쾌한 기색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3일 "검찰 수사는 정치적 부분이 아니라 사법적 영역"이라며 "장외에서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이 파악한 부분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사용처 등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한 권 여사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의 방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100만달러,500만달러 또는 600만달러 전체가 노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권 여사와 건호씨,연씨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조사 역시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미 노 전 대통령을 100만달러를 받은 포괄적 뇌물죄의 공범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노 전 대통령측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또다른 카드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결국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의 수 싸움이 어떻게 본격 진행될지는 수일 내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권기석 기자
hsnam@kmib.co.kr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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