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회사 회장의 ‘맛있는’미술사랑

과자회사 회장의 ‘맛있는’미술사랑

기사승인 2009-04-14 16:59:01

[쿠키 문화] “자연 속 ‘공해’가 되고 있는 주변의 모텔 건물을 하나씩 인수해 완벽한 예술문화단지로 바꿀 생각입니다. 산속에는 소형 스튜디오를 만들어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에게 제공하고 전시공간과 야외작업장도 조성할 계획이죠. 이제는 과자에도 감성을 불어넣어야 싸구려 취급을 받지 않는 시대입니다.”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64) 회장은 요즘 본업인 제과업만큼이나 ‘예술공원’ 건립에 푹 빠져 있다. 그는 경기도 송추에 위치한 이 회사 연수원 일대 부지 약 100만평에 ‘아트밸리’를 조성 중이다. 2007년 7월 착공한 아트밸리에는 모텔을 통째로 개조해 만든 입주 작가용 아틀리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갤러리 겸 카페 ‘아트숍’이 이미 들어서 있다. 또 전문 조각가의 작품과 이 회사 임직원이 직접 제작한 각종 조형물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앞으로 야외음악당과 예술놀이터, 산림욕 전시공원 등이 단계적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매주 토요일과 월요일 현장을 찾아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입주 작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다.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흙을 퍼 나르거나 작품에 페인트칠하는 등 육체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자는 ‘꿈’이고 제과산업은 꿈을 파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트랜스지방, 멜라민 파동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신뢰를 많이 잃었습니다. 아트밸리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시금 꿈과 감동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감동이 들어가지 않은 과자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술계에서도 알아주는 미술애호가다.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미술인들의 축제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조직위원장을 맡은 게 단적인 예. 사내 강좌 프로그램인 ‘모닝 아카데미’ 시간에 누드모델을 불러 임직원과 함께 크로키를 한 적도 있다. 제과업에도 예술가적 감수성과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윤 회장의 지론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부터 감성에너지가 풍부해야 하며, 그런 직원일수록 꿈이 담긴 좋은 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아트밸리 전체 부지 중 서향 50만평은 관람공간, 동향 50만평은 국제 조각전, 계곡 안쪽은 학술공간으로 조성해나갈 생각”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세계적인 조각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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