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현 정부, 공교육 부실화 초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현 정부, 공교육 부실화 초래”

기사승인 2009-04-21 21:12:01


[쿠키 사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를 직접 만나 보니 혹자는 우려할 법 하고, 누군가는 기대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2년 뒤 문을 열기로 돼 있는 화성·고양국제고의 설립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 추진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지역은 내년부터 고교 선택제를 시행한다는데, 경기 지역은 정반대로 고교 평준화를 확대하겠단다. 게다가 당장 오는 10월로 예정된 학업성취도평가에선 시험 응시 여부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김 당선자를 서면질의와 전화통화 등을 포함해 모두 4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한번에 30분 이상 내주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처음 대면 인터뷰를 한 건 지난 14일 서울 마포가든 호텔 1층 커피숍에서 였다. 경기 수원에 사무실을 둔 그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울을 찾은 건 그동안 지지를 보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도 만났나.

안 만났다. 오늘은 그쪽을 만나러 온 게 아니다. (교원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사회단체 어르신들을 만나뵙고 인사드렸다. 조찬도 같이 하고."

김 당선자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선거 기간 동안 전교조의 지지를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교수위원회 결성을 주도하면서 전교조와 인연을 맺었다.

-기존 경기 교육이 전반적으로 잘못됐다고 보나.

그건 아니다. 경기 교육을 이만큼 만들어 오신 분들의 노고나 열망을 존중한다. 다만 그동안 나타난 문제를 검토하고 진단해야 할 때라고 본다. 현 정부의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교육을 그대로 추종해 일부 특목고나 영재 양성 교육 위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처럼 불평등한 교육 투자 때문에 공교육 전반의 부실화를 초래했고 학교 교육 수준이 낮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평소 특목고 예산 집중 문제를 지적했다.

특목고에 대한 학교 운영비의 불공정한 예산 집중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는 특목고와 일반고에 대해 동등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그렇다고 일반고와 특목고 예산을 완전히 똑같이 맞춘다는 건 아니다. 특목고가 지금과 달리 설립 목적에 걸맞게 운영된다면 그만큼 많이 지원할 수 있다. 일반고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을 살리기 위한 예산을 집중 배정해 수준을 크게 향상시켜 나가겠다."

-화성·고양국제고는 예정대로 추진되나.

국제고의 경우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진척 상황과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두 학교가 설립 목적에 합당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 전면적 재검토다. '이미 정해진 것을 왜 유보하느냐'는 식의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 그런 의견을 종합하면서 봐야 한다."

최근 국제고 설립에 대해 김 당선자가 현 교육감의 결정 사항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적어도 화성·고양국제고만은 예정대로 개교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확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자율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

경기도에는 아직 신청한 곳이 없다고 들었다. 만약 신청하는 학교가 있다면 설립 기준과 조건에 따른 철저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자율고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이은 제2의 입시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검토 결과에 따라서 설립할 수도 있다. 전면적으로 안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보류하겠다는 정도다. 서두르지 않겠다.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는 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 얼마나 걸릴 지 확실히 얘기할 순 없다. 신청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 기한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안산·의정부·광명에 대한 고교 평준화는 어떻게 추진하나.

평준화 문제는 경기 교육의 우선적 현안 중 하나다. 오랫동안 경기도 학부모의 민원 대상이었고 이에 따른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직접 다녀보니 세 지역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평준화 추진 작업을 했더라. 주민들은 여건이 상당히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각 지역별로 '평준화 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과 추진 위원회'(가칭)를 구성해서 평준화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 최우선 작업인 만큼 올해 안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10월 학업성취도평가는 예정대로 치러지나.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시행자여서 경기도가 배제될 수는 없다. 따라서 교육감으로 할 일은 많지 않다고 보여진다. 다만 학생들에게 시험 응시 여부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줄세우기식의 획일적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이다. 이는 평가를 절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평가 방식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학력 신장은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학력 신장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학력 신장은 중요한 목표다. 거기에 인성이나 시민의식 등을 함께 기르겠다는 것이다. 학생이 학교 대신 학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학교 교육의 수월성이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반영한다. 학원과 학교 역할이 다를 수 있지만 부족한 면은 채워 넣어야 한다. 이른바 혁신 학교를 지정해 수준별 보충수업과 방과후 개인지도, 소규모 집단 수업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 당선자는 다음달 6일 도교육감으로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내년 6월30일까지 14개월이다.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르면 이달 말 학교에 휴직계를 낼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