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 시점을 놓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현 정부 들어 21일 처음으로 가진 남북 당국자간 개성 접촉은 PSI 전면 참여 발표에 관한 시계를 더욱 흐려 놓았다. 24일째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44)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근로자 임금과 토지임대료 재협상 등 남북간 부담스러운 현안만 추가했다.
개성 접촉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PSI 정식 가입 시기를 놓고 논란을 빚다 최종 결정을 다시 뒤로 넘겼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지난 주말 세번째로 발표 시점을 연기한 뒤로는 “타이밍은 정부를 믿고 맡겨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남북관계의 원칙은 확고히 지키겠지만 강경 일변도가 능사는 아니다”면서 “PSI 전면 참여 원칙은 견지하겠지만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이 커진 것은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계속되면서도 대화의 실마리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과 토지임대료 재협상을 제안해온 만큼 조만간 정부의 협상안을 마련해 북측과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할 처지다. 따라서 정부가 당장 PSI 전면 참여 발표를 강행할 경우 북한의 반발만 부추겨 모처럼 마련된 남북 대화 테이블을 파국으로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면 참여 발표 시점을 마냥 늦출 수도 없다.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방침에 대해 관련국인 미국이 이미 환영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입장을 번복한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 방침을 전면적으로 바꾸거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은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몇 차례 발표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정부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남북간 대화 국면과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모두 고려해 파장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하루 이틀 사이에 뭔가 빨리 결정해야 할 만큼 서두를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
▶뭔데 그래◀ 김연아 연예인급 행보, 문제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