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못골시장 상인들 “우리 한 가닥 하죠?”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 “우리 한 가닥 하죠?”

기사승인 2009-04-24 17:21:01

[쿠키 문화] 경기도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은 저마다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다. 시장통 방송국 ‘못골 온에어’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는 ‘완도상회’ 이충환(37), 4대째 떡집을 이어가고 있는 ‘옛고을떡집’ 유재성(52), 30년 넘게 못골시장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야채’ 이규덕(79), 오대양을 누빈 마도로스 사나이 ‘경남수산’ 장병태(59)씨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시장 입구의 ‘은하잡곡’ 성은숙(57)씨는 2002년 자궁암에 이어 지난해 갑상선암에 걸렸으나 아이들 때문에 죽을 수 없다는 의지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억척스레 살아가는 그는 아들을 권투선수로 둔 까닭에 ‘못골 챔피언’으로 불린다. 그가 파는 잡곡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먹고 나면 힘이 솟구친다고 단골손님들은 말한다.

‘동성분식’ 김상욱(42)씨는 젊은 시절 불량배에게 대들 정도로 의협심이 강했다.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언론사 시험도 여러번 봤으나 번번이 떨어지고 장모가 하던 분식집을 운영 중이다. 2005년 이곳 상인회 회장을 맡아 정부 선정 ‘위생청결점포시범사업자’ 80개 가운데 못골시장 점포 10개가 뽑혀 ‘재래시장을 경영하는 CEO’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뿐인가. 세상을 누비며 춤추고 노래하고 싶었던 꿈을 작은딸이 뮤지컬 배우로 대신 이룬 ‘은실야채’ 조태화(52), 인생의 쓴맛 보면서 행상 10년만에 ‘지동야채’를 차린 이효정(55), 희망을 튀겨내는 ‘남문뻥튀기’ 서원철(58), 좌절의 세월 속에 맷집으로 다시 일어선 ‘훈비네집’ 박병희(53) 유은자(52) 부부 등도 있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못골시장 상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 ‘우리는 못골시장 라디오 스타’(이매진)가 24일 출간됐다. 부부작가인 정영선 유제영씨가 90여개 점포 가운데 30곳 상인들을 인터뷰해 엮은 것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들이 끝내 희망이 메시지로 이어진다. 인세수입은 못골시장 문화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책 출간에 앞서 여성 상인과 단골손님 20여명은 ‘못골시장 줌마 불평합창단’을 결성했다. “눌러보고 만져만 보고 그냥 가면 섭섭해요”라는 정겨운 가사를 담은 ‘못골노래’도 지었다. 스트레스도 풀고 친목도 도모하고자 결성한 합창단은 지난 18일 시장 입구 가설무대에서 데뷔공연을 가졌다. 다음달 7일 두 번째 공연과 함께 ‘못골노래’ 2탄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함께 만든 대본으로 뮤지컬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상욱 상인회 회장은 “시장 사람들의 재미있는 얘기도 듣고 노래도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도 잡수시게 많이들 오시라”고 말했다.

못골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약칭 ‘문전성시’ 프로젝트)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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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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