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백수 대표들 “세상이 규정한 백수 틀 벗어나세요”

한·일 백수 대표들 “세상이 규정한 백수 틀 벗어나세요”

기사승인 2009-04-28 17:55:01

[쿠키 문화] 한국과 일본의 ‘대표급’ 백수들이 청년실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긴급 회동했다.

국내 최초의 백수단체인 전국백수연대(전백련)를 이끄는 주덕한(39) 대표와 일본의 백수운동가 마쓰모토 하지메(35)씨는 28일 오후 서울 홍대앞 카페 ‘한 잔의 룰루랄라’에서 만나 청년 실업자, 백수운동, 한·일 실업자 연대 등을 주제로 2시간 넘게 의견을 교환했다. 마쓰모토씨는 ‘가난뱅이의 역습(이루)’이라는 자신의 저서가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을 기념해 한국 독자를 만나러 27일 내한했다.

양국의 내로라하는 백수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만큼 양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걸까.

마쓰모토씨는 “일본에서는 몇 해 전부터 청년백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학시절 처음 백수와 관련된 데모를 시작했을때만 하더라도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장난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전백련을 10년 정도 이끌어 왔는데 최근 몇년 간 백수 문제가 좀 더 악화되고 구조화 됐다”며 “전백련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최근 ‘자살하겠다’는 글이 자주 올라와 한국 청년들의 위기를 절감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들이 제시한 청년실업 대안은 다른 전문가들의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어떤 노하우로 세상에 편입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세상이 규정한 백수의 틀을 벗어나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가는 것이었다.

마쓰모토씨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쟁사회에서 이겨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노동운동가들도 사회 체계를 바꾸려 한다”며 “그러나 그런 방식은 백수들에게 ‘답답한 경쟁 사회’로 되돌아가라는 것 밖에는 안된다. 새로운 생활 스타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부터 도쿄 근교에서 무일푼으로 재활용 가게를 열어 백수들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백수들이 공짜로 문화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파티형 데모를 자주 열고 있다.
‘아마추어의 반란’이란 이름의 재활용 매장은 현재 일본에 12개나 된다. 그는 “1∼2년 전부터 우리의 백수운동이 언론의 주목을 유독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밑바닥 인생’을 구제할 수 있는 해결책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도 “한국의 백수들도 자본주의 사회가 정해준 기준에 따라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 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벌이고 그것을 이루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주 대표는 조만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나이 제한 때문에 취직을 포기한 백수들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두 나라 백수 대표들은 이날 나중에 양 측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교환해 다른 나라에서 장기 체류하며 일하고 언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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