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되는 대통령 처벌

매번 반복되는 대통령 처벌

기사승인 2009-04-30 17:13:01

[쿠키 정치] 대한민국 헌정사는 역대 대통령 처벌의 역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음으로써 전직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법적·물리적 제재에 직면하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는 불행한 역사가 또다시 되풀이됐다.

독재 정권의 말미에는 항상 단죄가 뒤따랐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내려와 미국 하와이로 사실상 도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심복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사망했다.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12·12, 5·18 사건 주도 및 재직당시 수천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12년 형을 선고 받은 뒤 문민정부 시절 특별사면됐다.

군부 독재 전후의 민간 대통령들도 사법 처리의 역사를 피하진 못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유신시절 반독재 운동을 하다 민청학련, 명동성당 3·1 구국선언, YWCA 위장결혼 사건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형집행이 면제됐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1989년 국회 광주 청문회 출석을 거부해 국회모욕죄 등으로 형사 고발됐다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민주화 이후에는 가족들이 문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본인은 98년 외환위기 책임론과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대신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비리 등으로 두 차례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으나 통치행위로 인정돼 소환되지는 않았다. 대신 차남 홍업, 3남 홍걸씨가 각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반복되는 처벌의 원인을 한국형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3권분립 원칙에 의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의회뿐이다. 그러나 이 기능이 부실해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통령제 국가와 달리 우리는 의회 대신 대통령이 기획재정부를 통한 예산 편성권과 감사원을 통한 감사권, 정부입법을 통한 입법권까지 쥐고 있다.

경기대 정치대학원 차재훈 교수는 “미국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을 듣지만 예산 편성권과 감사권이 의회에 있어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기반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뿌리깊은 부패구조를 없애기 위한 뇌물 공여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도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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