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20년 빛과 그늘, 역대 위원장들 “성찰이 필요할 때”

전교조 20년 빛과 그늘, 역대 위원장들 “성찰이 필요할 때”

기사승인 2009-05-04 17: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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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한때 ‘교장을 왕으로 모시는 소왕국’이던 일선 학교에서 ‘언로(言路)의 민주화’를 선도했던 단체로 평가받았다. 조합원들은 ‘전교조 선생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시민들로부터는 교육당국에 맞서는 유일무이한 견제세력으로 칭찬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전교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민심을 잃어버린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엔 ‘진보진영의 계륵’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전교조가 오는 28일 창립 20돌을 맞는다. 역대 전교조 위원장들은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정부와 언론의 악의적인 ‘전교조 죽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전교조 역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스무 살 성년이 되기까지= “누가 우리더러 스승이라 부르는가. 역대 독재정권은 자신을 합리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교육을 악용하여 왔다.…교육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 그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동지여, 전교조의 깃발 아래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

1989년 5월28일. 서울 신촌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열린 전교조 결성식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창립선언문이 낭독됐다. 전국 각지에서 2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서울로 상경했지만 정권의 엄혹한 통제 때문에 행사에 참석한 교사는 고작 200여명. 결성식이 진행된 시간도 겨우 10분에 불과했다.

이후 전교조는 그해 7월 문교부가 조합원 1527명을 파면·해임해버린 것을 시작으로 99년 7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발효돼 합법화가 이뤄지기까지 꼬박 10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야했다. 하지만 합법화가 이뤄지면서는 조합원 숫자도 큰 폭으로 증가해 한때 1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시장 개방 반대’ 등 정치색이 짙은 주제에도 적극 뛰어들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교조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더불어 확산돼왔다. 지난 3월엔 일부 학부모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전교조 교사에 대한 담임 거부운동이 벌어졌으며,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의 후보들이 저마다 ‘전교조 때리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거두는 전략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역대 위원장들 “성찰이 필요하다”= 역대 전교조 위원장들은 하나같이 ‘닫힌 교문’을 열어 젖힌 전교조의 공로 만큼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악화된 여론 탓에 교장공모제, 학교운영위원회 도입 등 이른바 ‘교육민주화’에 일조한 자신들의 성과마저 과소평가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민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전교조가 나름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이영희 전 위원장(3대)은 “우리 역시 아직 덜 성숙됐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전교조가 주장해온 ‘참교육’에 걸맞은 행동을 스스로 해왔는 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숙 전 위원장(5∼6대)은 “군사독재 시절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었던 ‘통일교육’을 현장에서 실천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면서도 “합법화 이후 조직이 방대해졌지만 이에 따른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것이 전교조에 대한 평가가 나빠진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수일 전 위원장(11대)은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전교조가 능동적으로 대처를 하지 못한 것과 정치권과 언론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것이 맞물리면서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매일 (정부를 상대로) 싸움만 했다”며 “교사들은 ‘교육현장의 실천가’인 만큼 이제 정부가 아닌 학교에서 ‘교실 혁명’, ‘수업 혁명’에 매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줄어드는 조합원…“설득력 있는 대안 내놔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교조 조합원 수는 6만95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7만5138명)보다 5608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조합원 수는 9721명으로 합법화 이후 처음으로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전교조가 국민들에게 파급력 있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개발하는데 노력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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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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