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은 5일 이번 수사가 본격화된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전원 출근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임채진 검찰총장은 외부에서 전·현직 검찰 간부들과 법조계 의견을 두루 청취하면서 장고(長考)를 계속했다. 구속·불구속 기소에 따른 여러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해 실리와 명분 중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구속 우세 속 엇갈리는 내부 의견=검찰 간부들 사이에선 불구속 기소 의견이 우세하다. 노 전 대통령에게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례를 바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수천억원을 긁어모은 게 아니어서 구속수사까지 필요하겠느냐는 논리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은 영장 청구를 원하겠지만 생각만큼 단순한 것도, 검찰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수뇌부를 보좌하는 입장에선 불구속 기소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희박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가 분명해 구속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이 만약 수사 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다면 스스로 외부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자초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법원 판단도 주요 고려대상=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고려대상이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범죄 혐의가 입증돼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로선 신경쓰이는 점이다.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을 근거로 증거 인멸 가능성을 제기할 태세지만 법원이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검찰수뇌부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
법원으로 공을 넘기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다 혐의가 확실해지면 법정구속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수뢰 액수가 1억원을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을 받는 만큼 구속은 당연하다는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법조계 여론 동향도 제각각=법조계 의견 역시 다양하다. 이른바 ‘동정론’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횡령하는 금액도 수십억원인데 전직 대통령이 오랜 후원자로부터 받은 돈이 크게 문제될 게 있느냐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가성이 분명치 않은 점은 검찰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회장의 각종 인사 및 사업 청탁에 대한 뇌물이 분명하기 때문에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통령의 수십억대 수뢰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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