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쌍용자동차를 당장 청산하는 것보다 존속 시키는 게 3900억원 정도 더 가치가 있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 파산의 문턱까지 갔던 쌍용차는 일단 정상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돼 1차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고강도 구조조정, 대규모 신규 자금 마련 등이 ‘존속의 전제’로 달려 있어 회생에 성공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쌍용차 살리는 것이 낫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고영한)는 6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받은 쌍용차의 재산 상태, 기업 가치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쌍용차가 기업 활동을 유지할 경우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가치를 1조3276억원으로, 청산가치는 9386억원으로 평가했다. 계속기업가치가 3890억원 더 많다. 만약 청산가치가 높게 나왔다면 법원은 바로 회생절차를 끝낼 예정이었다. 재판부는 지난 2월6일 쌍용차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 실사를 맡겼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평가는 쌍용차가 제시한 회생방안과 신차 C200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 2500억원이 원활히 조달됐을 때를 가정한 결과다. 쌍용차는 지난달 8일 인력 2646명 감원 등을 통해 연간 232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유휴 자산을 팔아 최대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전제 조건이 실현되지 않으면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생여부는 노조 협력에 달렸다
존속가치가 큰 것으로 나오면서 재판부는 오는 22일 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쌍용차에게 구체적 회생계획안 제출을 명령할 계획이다. 이후 회생계획안이 나오고 2, 3차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등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쌍용차는 곧바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는 우선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감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측은 지난달 말까지 240여명의 사무직들에게 희망퇴직신청을 받은데 이어 8일부터 생산직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다. 다음달 초에는 개별적으로 정리해고 통보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총고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협상도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조사 결과는 노조 입장에서는 독이 든 사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7일 오후 2시간 동안 파업을 벌이고, ‘정리해고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 방침이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1000억원과 신차 개발금 1500억원 등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쌍용차는 산업은행 등에 담보대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선뜻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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