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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교황청이 ‘천사와 악마’ 영화 촬영을 방해했다.” “방해한 적 없으니, 영화 홍보를 위한 거짓말을 중단하라.”
3년 전 종교 논쟁을 불러일으킨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내놓은 ‘천사와 악마’는 개봉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영화다. 전작처럼 이번에도 가톨릭을 비판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벌써 제작사와 교황청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천사와 악마’(사진)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교를 소재로 삼은 단순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깝다. 전작처럼 종교의 근간을 흔들기보다 성당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주력한다. 교황청을 은행에 비유하거나, 타락한 신부가 등장하는 등 가톨릭이 다소 부정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천사와 악마’는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를 출간하기 이전에 쓴 소설로 비밀 결사대인 일루미나티와 로마 교황청의 갈등을 둘러싼 미스터리 영화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의식을 앞두고 유력한 교황 후보 4명이 실종되고, 하버드대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분)과 과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로마로 향한다. 이들은 가톨릭의 탄압을 받고 사라졌던 18세기 과학자들의 복수임을 깨닫고 로마 성당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사건의 새로운 국면이 드러난다.
‘천사와 악마’는 원작보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내용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볼거리에 있어서는 블록버스터의 장점을 갖춘 영화다. 특히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판테온 등 스크린에 펼쳐지는 로마 광경이 탁월하다. 대부분 실제 건축물이 아닌 세트 건축물을 촬영했음에도 카메라의 유연한 움직임이 관객의 시야를 상당히 넓혀 놓았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종교적 논쟁 또한 철학적 깊이를 지닌 대상에서 비롯돼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천사와 악마’는 새로운 담론을 끌어낼 만한 영화는 아니다.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일 뿐이다. 15세가, 1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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