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인민군 연기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자서전 발간

신성일 “인민군 연기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자서전 발간

기사승인 2009-05-12 19:14:01


[쿠키 문화]“나는 은퇴라는 말을 쓰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영화인입니다. 올바른 한국 영화 정신을 지닌 영화인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50년 가까이 활동하며 500편이 넘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신성일(본명 강신영·72·사진)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책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알마)를 12일 펴냈다.

인터뷰 작가 지승호씨가 정리한 이 책에서 신씨는 계주였던 어머니가 야반도주한 뒤 빚쟁이들에게 폭행당했던 일, 대학 입시에 떨어진 뒤 서울 청계천에서 호떡 장사를 하며 꿈을 키웠던 일 등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소개했다.

그는 1960∼70년대 김기덕 이만희 유현목 감독 등과 함께하며 황금기를 보냈지만 동시에 검열의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만희 감독의 ‘군번 없는 용사’에서 인민군 소좌로 출연했는데 정보부에 붙들려 갔어요. ‘왜 이렇게 인민군을 멋지게 만들었냐?’는 게 이유였죠. 노출 문제로 고발당한 영화는 ‘내시’가 처음일 겁니다. 판사가 ‘배우는 감독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옷을 벗느냐’고 묻기에 ‘작품 해석에 따라 다르다. 배우들이 개성이 있는데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합니까?’라고 했어요.”

아내이자 배우인 엄앵란씨와의 사랑 이야기도 들려준다. “64년 ‘배신’이라는 작품에서 보트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진짜 키스를 해버린 겁니다. 이후 ‘동백아가씨’를 찍으러 갔다가 호텔 창문을 통해 엄씨 방에 침입한 것이 결정적이었죠.”

70년에 정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나 아내의 만류로 주저하다 2000년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옥살이까지 했던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의도 쪽으로 지나다 보면 국회의사당이 보이잖아요. ‘나도 저기 한번 들어가 봐야지’ 하는 생각을 늘 했는데, 들어갔다 나왔으니 유감없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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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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