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9)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방한해 12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 아주 기쁘다”며 한국과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스웨덴 한림원측 사람들과 만났을 때 한국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을 한국작가가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한국계 러시아 작가 아나톨리 김이나 황석영이 이에 근접해 있는 작가이며 이승우의 작품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을 쓰고 있다는 그는 “행복이란 별 것 없는 하찮은 게 모여서 만들어진다”며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은 ‘행복’이 주제이고 그 배경은 서울이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과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초청으로 오는 28일까지 약 보름 동안 이화여대 교수 기숙사에 머물 예정인 그는 두 차례의 강연 외에는 일체 다른 일정을 갖고 않고 집필에 몰두할 예정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막대한 상금(한화 약 12억원)을 받아 개인적인 빚을 청산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농담을 던진 그는 “한국과 프랑스는 전쟁의 경험 등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전제, “전쟁 이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문학이 기여해야 하며 전쟁이 문학에 주는 교훈은 더 많이 만나고 교류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는 평화와 화해의 추구에 있지만 문학 작품 속에 폭력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폭력적 표현은 한국역사가 체험한 것을 문학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지요. 이런 한국적 주제가 세계적 주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내 작품은 병에 대한 약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통거리지요. 아마도 작가는 살아가는 동안 작품을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지며 두통을 일으키는 존재가 아닐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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