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국 정당은 가장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조직이다. 당론이 상향식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에 의해 하향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여야가 같으며 의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론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징계위에 회부되고, 조직인으로서 인격까지 의심받는다. 이러니 의원들이 제도적으로 거수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994년 14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에 한 발언이다. 15년이 지나 국회 대수가 4번이나 바뀌었지만 제도만 정비됐을 뿐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8대 국회 첫해의 불참을 제외한 본회의 법안 찬성률은 96.2%다. 17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04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의 찬성률 93.9% 보다 높다. 오히려 16대 국회 찬성률 95.8%와 비슷한 양상이다. 전자표결 제도 도입 이전인 15대 국회에서는 본회의 처리 법안의 96%가 아예 투표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었다.
소신파 의원이 잔혹한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3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김홍신 의원은 김두관 옛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당론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당기위원회로부터 ‘8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비례대표였던 김 의원은 아예 의원직을 사퇴하고 의정 활동을 접었다.
당시에도 제도는 훌륭했다. 2002년 3월 국회법이 개정돼 세계적으로 드문 자유투표 조항이 삽입됐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중점 추진법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의 충돌이 자주 빚어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16대 국회 막바지의 신행정수도 특별조치법과 17대 종합부동산세법 등은 불참을 제외하고도 각각 86.1%와 66.8%의 비교적 낮은 찬성률로 법안이 처리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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