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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숨이 막히도록 뜨거웠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뒤 여러 경유지를 거쳐 3일 만에 아마존의 바나와 부족 마을에 도착했다. 경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활화산처럼 변한 땀샘은 용암을 배출하기 시작했고, 땀으로 몸이 금방 젖었다. 아마존의 날씨는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사우나실 같았다. 피로 회복, 웰빙 또는 다이어트라는, 생활의 소소한 편리를 제공하던 사우나실과 달리 이곳의 열탕은 신현원 감독(38·사진)에게 인내를 가르쳤다.
방송사 외주 프로덕션의 대표로 활동해 온 신 감독이 지구상에 100여명 남짓한 바나와 부족 마을에서 사역하는 강명관 선교사의 삶을 촬영한 영화 ‘소명’이 3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초 같은 서울 명성교회 교인인 강 선교사의 모습을 짧은 영상물로 제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아마존에 찾아간 신 감독은 그들의 모습에 감동 받아 한국 최초의 극장판 기독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고 말을 하더군요. 내가 사는 이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는 방식도 달라지잖아요. 영화가 삶을 반추하는 힘이 있기에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영화는 강 선교사 부부의 선교 현장을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맹독성 뱀에 물린 주민을 치료하는 의사요, 부족한 물자와 음식을 제공하는 ‘만능 창고’였다. 하지만 언제나 나눠주면서도 오히려 그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인 양 모든 것에 감사했고, 늘 겸손했다.
신 감독도 독충에 물린 뒤 고열로 인해 쓰러지는 등 영화 촬영 중에 수차례 위험에 노출됐다. 지독한 가려움을 느끼게 하는 고열모기, 독충인 무꿍이와 삐웅, 수십만 마리씩 떼 지어 다니는 군대개미가 갉아먹은 피부는 온통 울룩불룩 솟아 있었다.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와 우기로 인해 쓰러진 나무들도 아마존 강을 촬영할 때의 장애 요소였다.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의 긴장감, 경쟁, 시청률 압박 등을 뛰어넘고 싶은 생각에 아마존을 향했지요. 하지만 이런 것을 넘어 그곳에서 가장 기본적인 신앙을 배운 것 같아요. 바로 사랑이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영화 ‘소명’은 서울 저동 중앙시네마, 압구정CGV 등 전국 10여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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