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중앙지법과 남부지법은 14일 전국 법원 중 처음으로 단독판사회의를 열고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에 대해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 대법관의 사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대법관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밝히는 등 사퇴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판사들이 단체로 의견을 내놓은 것은 2003년 4차 사법파동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다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일선 판사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는 소속 판사 116명 중 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분부터 자정까지 열렸다.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과 관련, 사건을 임의 배당하고 이메일을 발송한 것은 명백한 재판권 간섭이며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결의했다. 이는 신 대법관의 행위를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회의에선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으나 찬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판사들은 이 문제를 놓고 표결까지 실시했으나 소수의견을 존중해 발표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성복 단독판사회의 의장은 "신 대법관이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점에 관하여 논의가 있었는데 다수의 의견은 부적절하다는 견해였고 소수의 의견은 논의자체가 적절치 않거나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다수였고 직무수행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부지법 단독판사회의는 소속 판사 33명 중 29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판사들은 회의 후 법원 전산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신 대법관의 행위는 법관의 독립에 대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침해행위로서 위법하고, 그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적인 논의를 펼쳐나가겠다"며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의 행위는 위법하고 대법원의 경고조치 및 신 대법관의 사과가 부족하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동부지법과 북부지법도 15일 단독판사회의를 소집하는 등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을 비판하는 움직임은 전국 법원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구해 특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판사회의를 개최한 것은 1995년 단독판사회의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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