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한 첸란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 출간

귀화한 첸란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 출간

기사승인 2009-05-15 17:22:00

[쿠키 문화] “비너스 콧등에 연예인의 점까지 박아 넣은 얼굴, 비슷비슷한 옷을 입은 아가씨들 때문에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인 모두가 쌍둥이로 보여 분간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그러나 외모가 경쟁력이고 그에 따라 취직도 결정된다니 다들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로 고치려 할 수밖에요.”

중국 하얼빈에서 중고교 교사로 일하다 1992년 한국에 귀화한 첸란(44)씨가 한국인의 일상사와 속내를 들여다 본 에세이집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일송북)을 15일 출간했다. 베이징 연합대학교 한국캠퍼스 교수를 거쳐 ‘한·중문화비교’ 강사로 활동하며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지낸 저자는 우리들 모습에 때론 시비를 걸고 때론 수다를 떨어 웃음 짓게 한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호칭 때문에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10대를 빼고는 한국의 모든 성인들은 ‘아줌마’와 ‘아저씨’로 통하는 거예요.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언니’라는 호칭이 등장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빠’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부인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길래 헷갈렸어요. 오늘도 신발 끈 단단히 매고 슈퍼맨이 되어 달려가는 한국의 오빠들 파이팅입니다.”

저자는 백화점에서 ‘55사이즈’를 외치는 여성들에게도 쓴소리를 한다. “한국 여자들은 아무리 말라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걱정해요. 대부분이 55사이즈를 인생의 목표로 두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는 한국의 여성들이 S라인 몸매 외에도 아이 교육, 재테크, 아파트 장만, 노후관리 등 모든 면에서 강박증으로 편할 날이 없다고 진단한다.

또 ‘학원종이 땡땡땡’하고 울리는 교육현실, 아들을 ‘마마보이’로 키우는 집안교육, ‘후다닥 결혼식’을 올리는 결혼식장, ‘드라마 제국’을 형성한 안방극장, ‘짝퉁이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부류들 등 한국인의 치부를 들춰낸다. 이런 세태를 ‘동시효빈’(東施效?-못생긴 이가 예쁜 이를 따라한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 등 고사성어를 인용해 설명한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것만 쓴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인정이 참 많아요. 예의 바른 모습, 역동적인 삶, 그리고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존심 강한 한국인을 발견합니다.”

책 내용이 한국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으로 오해할까 부담이 앞섰다는 그는 “한·중문화 교류와 소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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