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사회]
판사회의가 전국 법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결의문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사퇴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지만 신 대법관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법관 직무수행에 부적절

15일 열린 서울동부 및 북부지법 단독판사회의 역시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전날 열린 중앙 및 남부지법의 판사회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의 안이한 조치를 비판하고 신 대법관의 사과만으로는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 데도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신 대법관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선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퇴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진 않은 점은 동일했지만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구를 결의사항으로 채택함으로써 메시지의 강도를 한단계 높였다. 동부지법 판사들은 절대 다수가 이 문구에 동의했고, 북부지법의 경우 전원이 동의했다. 전날 회의를 열었던 남부지법 판사들이 거취 문제 논의를 추후로 미뤘고, 중앙지법 판사들은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결의사항이 아닌 참고사항에만 담았던 것과 대조된다.

동부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판사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기 전에 신 대법관이 용퇴함으로써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동부지법 판사들은 특히 사태의 원인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발탁제도 등 법관인사제도에서 비롯됐다며 사법부 관료화 개선 논의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전국으로 확대되는 판사회의

이미 4개 법원이 판사회의를 열었지만 다음주에는 최소 8개 법원이 판사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부산, 울산, 광주 등 지방의 법원들도 합류한다. 부산지법에서는 단독판사 51명 중 45명이 소집요구에 동의해 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아직 회의 개최를 결정하지 않은 다른 지역 소장판사들도 의견 표명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가정법원은 18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단독·배석 판사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신 대법관 사태에 법원의 '막내'격인 배석판사들이 판사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광주고법과 대전고법에서도 배석판사들을 중심으로 회의 개최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이날 사법권 독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의 TF 구성은 환영할만한 결정이지만 이번 사태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TF구성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서윤경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