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기업들이 불황 속에서 해고 등 고용조정을 최대한 미루고 근로시간을 줄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전된 데는 외환위기 당시의 교훈을 기억한 기업들의 이러한 고통분담식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지거나 경기가 바닥을 치더라도 회복강도가 미약할 경우 기업들이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정규 근로시간에 못미치는 불완전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가리키는만큼 정책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8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8만4000명(19.3%) 늘어 증가 폭이 4개월 연속 확대됐다. 특히 이 가운데 18시간 미만(1∼17시간) 취업자는 90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7만1000명(23.1%) 급증해 증가 폭이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규 근로시간에 가까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만5000명(3.2%)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기업들이 주로 작업 현장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매출감소와 수익 급락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4월 취업자 수(계절조정)가 전달보다 3만3000명 증가하는 등 고용지표가 호전된 데는 해고를 최대한 늦추려는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며 “외환위기 당시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체험한 데 따른 학습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유지 지원금, 저금리 정책과 중소기업 대출 보증 확대 등 정부의 전방위 지원으로 기업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게 된 영향도 있다. 실제 지난 4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0.03%로 지난 3월에 비해 0.02%포인트 떨어졌다. 심각한 불황이지만 한계기업도 무너지지 않고 연명할만큼 기업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언제까지 근로시간 나누기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휴직에 가까운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가 급증하는 것은 기업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황수경 고용동향실장은 “외환위기 당시 인력을 쉽게 해고해 기존 인력의 사기 저하, 새 인력에 대한 재고용과 교육 비용 급증 등의 후유증을 경험한 기업들이 최대한 해고를 늦추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선진국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면 기업들의 이러한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
근로시간 나누기
불황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조정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의 대표적인 방식. 정부가 추진중인 초임자나 기존 근로자의 임금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청년층 채용을 늘리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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