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발레리노가 된 사장님. 서영태(58)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변신이 화제다. ‘성악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진 서 사장이 이번에는 발레리노가 됐다. 서 사장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3차례 이어진 발레 공연 ‘2009 백조의 호수-사랑의 취하다’에서 까메오로 출연했다. 그의 역할은 지그프리드 왕자와 백조의 여왕 오데뜨의 사랑을 방해하는 마왕(魔王). 관객들은 아리아 ‘금지된 노래’를 열창하는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 22일 오후 마지막 리허설을 앞두고 맹연습중인 서 사장을 메리홀에서 만났다. 검정색 턱시도를 차려입은 모습은 CEO라기보다는 성악가에 훨씬 더 가까워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표정과 차림새가 익숙해보였다. “기존의 틀을 깨는 공연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기획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을 보면서 ‘유연성’이 지닌 힘을 되새기게 만들더라고요. 아직까지 우리 기업 문화는 너무 조직적이고 경직돼 있잖아요. 그 틀을 깨야 하는데….” 그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유롭고 활발한 사고의 유연성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서 사장은 공연을 위해 모두 4시간씩 4차례에 걸쳐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힙합 댄서들과 함께 몸에 달라붙는 발레복을 입고서 맹연습에 참여했다. 평소 분 단위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대기업 CEO로서는 큰 결단이었지만 얻은 게 많다고 했다. “발레하는 분들과 함께 몇 시간씩 연습하면서 알게 됐어요. 공연 준비와 기업 경영의 프로세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요. 회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서 고객에게 팔아 감동을 얻어내는 것이나 피땀 흘려가며 연습한 공연을 무대에 올려 관객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똑같아요.”
그가 성악에 이어 발레 공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다소 날카롭고 딱딱한 그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묘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제가 노래(성악)를 시작한지 대략 4년쯤 됐거든요. 그 이후로 주위에서 부드러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정말입니다. 하하하.” 공연을 총지휘한 조기숙(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는 서 사장에 대해 “무대에서 관객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예술적 감각이 탁월하다”면서 “그 능력을 ‘감성 경영’으로 전환할 줄 아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뭔데 그래◀‘텐프로’ 여대생의 TV 출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