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사흘째인 25일. 평일이었지만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조문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봉하마을을 방문했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주민들의 의해 제지당해 조문을 하지 못했다.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아침 일찍 비행기로 김해공항에 도착, 버스를 이용해 오후 12시30분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정몽준·허태열·공성진·박순자·송광호·박재순 최고위원과 안경률 사무총장 등 50여명이 동행했다. 박 대표 일행이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와 주민 100여명은 "무슨 염치로 이곳에 왔느냐"며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살인마는 물러나라' '박희태는 부끄럽지 않느냐'라는 구호도 나왔다. 박 대표 일행을 밀어내려는 이들과 제지하려는 박 대표측 경호원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봉하마을 입구에서 박 대표를 만나 "큰 결례다. 분향소까지 모셔야 하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고 박 대표는 "이해한다.
당을 대표해 대신 조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문상하러 왔는데 이렇게…"라며 아쉬움을 표한 뒤 "조의를 표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왔으며, 문 전 실장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조문을 하러 왔는데 못 뵙고 가서 아쉽다"고 짧게 언급한 뒤 버스에 올랐다.
전날과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낮 최고기온 27도로 강한 뙤약볕마저 내리쬐어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 한 봉하마을에는 이날 하루에만 16만4000여명, 사흘간 총 30만명이 다녀갔다. 그동안 집계를 하지 않은 오후 6시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면 조문객 수는 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원웅 전 의원은 빈소에 도착하기 직전 모친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발길을 돌리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의원은 "(모친상을 당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먼저 찾아오는 게 도리인 것 같아 찾아 뵈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 최인기·안규백 의원 등 구민주계 의원들과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지냈던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50분쯤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앞서 24일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물벼락을 맞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오전 5시쯤 분향소를 다시 찾아 조문을 마치고 급하게 돌아갔다. 김해=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권지혜 기자
jhhan@kmib.co.kr
▶뭔데 그래◀ 일부 노사모 회원들의 조문 저지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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