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27일 남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선언에 맞서 발표한 성명은 군사적 대응 방침 선포 및 정전협정 무력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PSI가 정전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북한이 정전협정을 준수할 이유가 없고 정전협정이 무효화되면 전쟁 상태에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단기적으로 남측의 PSI 가입을 군사 도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군사 행동 정당화=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는 낮 12시33분 발표한 성명에서 "더 이상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고 그에 따른 군사적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부는 우리 정부의 PSI 참여에 맞대응해 북측 선박 단속과 검색 등에 대한 군사적 타격, 정전협정 구속력 상실로 인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서해 5도의 법적 지위 문제를 내세우며 한·미 군함과 일반 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오후 3시31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선박에 대한 제재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로 보고 보복하겠다"며 PSI 전면 가입을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거론한 것은 이 협정의 일부 규정이 PSI와 배치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전협정 제15항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바다를 봉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PSI는 WMD 의심 물자가 있을 경우 검문하고 그 물자까지 압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억지 논리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PSI는 WMD 확산방지를 위해 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 협력으로, 특정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간 상선의 정상적인 운항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PSI 참여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의 의도=북한의 초강경 성명은 무력 도발에 대한 명분쌓기로 이해된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 상황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정전협정이 구속력을 잃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추후 북한의 무력 도발이 서해와 비무장지대 등에서 더 강도 높게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남측 민간 선박에 타격이 되는 서해 군사 도발을 우선 명시했지만 정전협정 무력화 논리를 끌고 나온 만큼 서해 이외 지역에서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한의 판문점 대변인은 또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의 현 집권자들이 PSI를 영원한 국제 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남한을 끌어들였다"며 우리 정부의 PSI 가입 주동자가 미국이라고 공격했다. 이는 북한이 PSI 가입을 장기적으로는 정전협정과 연계,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의 협상에서 의제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자인 판문점 대표부 명의로 성명으로 내고 미국측에 정전협정 무효를 주장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관련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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