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났다. 평생을 기존 정치 질서에 저항하며 거친 삶을 마다 않았던 '영원한 비주류' 노 전 대통령은 한 줌 재가 되어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부모님 위패 옆에 안치됐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기뻐하고, 분노했던 국민들은 이날만은 한 마음으로 이별을 슬퍼하며 고인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서거 7일 만인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정연씨 등 유가족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관계 주요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 등 2500여명이 참석해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했다.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는 조사를 통해 "생전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다"며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흐느꼈다.
영결식 장면은 방송사 TV뿐 아니라 광화문과 서울광장, 서울역 일대 대형 전광판에서도 생중계됐으며, 전국 공공기관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앞서 발인식이 오전 5시쯤 봉하마을에서 유가족,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진과 각료, 시민 등 모두 2만여명(경찰 추산)의 애도속에 거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 차량은 오전 6시쯤 봉하마을을 출발해 경찰의 호위속에 고속도로를 거쳐 영결식장인 경복궁을 향했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은 오후 1시20분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 추모객 18만명(경찰 추산, 노제 주최측 추산 5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노제를 치렀다. 서울 도심에 10만명 이상이 모인 것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도심 촛불집회 때 이후 근 1년 만이다.
시민들은 2002년 대선 당시 '노풍'을 상징하는 노란 색깔의 종이모자를 쓰고, 노란 풍선과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노제는 총감독을 맡은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작 선언에 이어 국립창극단의 혼맞이 소리, 국립무용단의 진혼무, 안도현 김진경 시인의 조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 등 순으로 진행됐다. 노제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좋아한 노래인 '사랑으로'를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유족과 장의위원들은 당초 예정했던 서울역을 지나 삼각지까지 4㎞를 걸어서 이동하며 시민들의 배웅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 유해는 수원 연화장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유골함은 30일 새벽 봉하마을로 옮겨져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7월10일 49재 때 사저 옆 장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노제에 참석했던 시민 1만여명은 서울광장에 남아 추모촛불 문화제를 밤늦게까지 개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한장희 권기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