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맞아 중국 현장의 분위기를 취재하던 서방 보도진을 정체불명의 우산을 든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누가 벌인 일인지 참 한심하다”거나 “역사상 가장 바보같은 검열”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네티즌들의 블로그 사이트인 ‘상하이스트닷컴’은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CNN과 BBC, AFP의 보도진이 천안문 광장에서 정체를 숨긴 경찰이 든 우산에 보도를 방해받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블로그에는 CNN 베이징 특파원인 존 바우세 앵커가 우산 때문에 취재를 방해 받고 있는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블로거는 “반바지 색깔과 맞춘 듯한 우산을 든 사람이 갑자기 앵커와 카메라맨 사이에 끼어든 뒤 좀처럼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가장 바보같은 검열(the silliest censorship )’로 기록될 것”이라고 고발했다. 블로그에는 수수께기 우산을 든 사람이 보도를 방해하는 모습을 담은 CNN측 동영상이 함께 게시됐다.
서방 언론들이 천안문 광장에서 취재를 하는 도중에는 날씨가 매우 화창해 우산이 필요 없었다.
우산을 쓴 남성들이 사실 중국의 공안이라는 증언이 이어졌다. CNN 베이징 국장인 제이미 플로크루즈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천안문 근처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우산을 들고 있었다”고 적었다.
CNN만 우산 방해 공작을 당한 것이 아니다.
BBC 베이징 특파원인 제임스 레이놀즈는 하늘색 우산과 남색 체크무늬 우산을 든 사람들에 의해 취재를 방해 받았고 통신사인 AFP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BC와 AFP 모두 우산으로 취재를 제한받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공개했다.
블로거들은 “우산 방해공작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세계적인 미디어 앞에서 매우 멋있게 보였다”며 비아냥댔다.
또 다른 블로거들은 “중국 정부는 날씨가 화창하면 우산 대신 양산을 쓴다는 것조차 모르는 모양”이라거나 “손으로 하늘을 가리듯 진실을 우산으로 가리는군요. 우습다 못해 황당하고 비애감마저 든다”고 비난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2일 오후부터 이메일 서비스인 핫메일이나 블로그 서비스 ‘트위터’,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 등의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광둥성에서는 홍콩의 TV방송을 시청할 수 없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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