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역사소설 ‘고산자’ 펴낸 박범신

첫 역사소설 ‘고산자’ 펴낸 박범신

기사승인 2009-06-10 17:39:02

[쿠키 문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는 통찰력 있는 인문학자이며, 뛰어난 과학자요, 뛰어난 목공예 예술가였습니다.”

조선시대 최대, 최고의 목판지도인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생애를 복원한 신작 장편소설 ‘고산자’(문학동네)를 펴낸 소설가 박범신(62)은 10일 서울 세종로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출간에 따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는 “고산자는 과학적 안목과 통찰력으로 조선 후기 수많은 지도의 오류를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통찰력 있는 인문학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동여지도가 지금과 거의 다름없는 놀라운 축척지도인 점에서 고산자는 뛰어난 과학자였으며, 다양한 정보들을 회화에 가까울 정도로 섬세하게 대동여지도 목판에 새겨놓았다는 점에서 뛰어난 목공예 예술가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동여지도가 대량 보급이 가능한 목판본인데다 휴대하기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 분첩절첩식으로 제작된 것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지도는 백성을 지배하고 다루는 수단으로 국가 권력의 소유였다”며 “고산자는 그런 지도를 필요로 하는 백성에게 나눠 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산자는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 제작자이자 지리학자로 불과 백 사오십년 전 사람인데도 출생·사망 연도를 비롯해 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어요.”

박 작가는 그의 첫 역사소설인 ‘고산자’를 쓰게 된 이유를 “역사가 유기(遺棄)한 고산자를 복원하고 싶었다”며 “고산자가 살았던 시대 배경 속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의 생애를 그려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고산자로 인해 자신이 깊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대 현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응전하고, 어떻게 관계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인지를 그를 통해 배웠다”며 “소설 ‘고산자’가 내 문학의 새로운 분기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필 선언 이후 처음 쓴 소설인 ‘흰소가 끄는 수레’에서 얼마전 펴낸 ‘촐라체’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나는 자기성찰, 구도 등 내면에 많이 붙잡혀 있었습니다. 한번 나로부터 떠난 소설을 갖고 싶어요. ‘고산자’ 이후에는 어떤 것에도 억압받지 않고 소설의 바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는 또 “내가 살았던 시대가 너무 바쁘고 변화가 많아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급급했지, 역사적 시점까지 시선이 갈 틈이 없었다”며 “역사 소설을 앞으로도 종종 써 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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