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다시 헌재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13년만에 다시 헌재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기사승인 2009-06-11 17:24:01
[쿠키 사회] 1996년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던 헌법재판소가 13년만에 다시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형제에 대해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헌재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11일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는 104석의 방청석이 꽉 들어차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헌재가 위헌 여부를 놓고 다룬 것은 2007년 9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 중인 어부 오모(71)씨 사건이다. 오씨 측은 사형제도가 헌법 10조에 규정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고 광주고법은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의 대체 형벌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공개변론에서 사형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연간 살인사건 1000건 이상, 강간사건 1만건 이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이 범죄예방 효과가 무기징역형보다 크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 이상이 사형제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지난 2월 경기 서남부 지역 부녀자 연쇄 살해사건에서 보듯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흉악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사형제를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청구인 측 최재천 변호사는 “사형은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기초인 헌법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관들은 사형제 자체가 위헌인지에 대한 질문보다 단계적 사형폐지론이나 입법적 대체에 관심을 보였다. 이강국 소장은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해 구체적 양형이 가능토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김종대 재판관도 사형이 집행된 사람이나 사형선고가 내려진 사람에 대한 구제방법이 무엇인지 청구인 측에 물었다.

헌재는 통상적으로 공개변론 5∼6개월 뒤 결론을 내린다. 이를 감안하면 사형제 위헌 여부는 올 하반기쯤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일정기간을 준 뒤 대체입법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사형수 59명이 남아있다. 그러나 1997년 12월 이후 12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등 59개국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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