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요구안,북한의 노림수는…

개성공단요구안,북한의 노림수는…

기사승인 2009-06-12 2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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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북한은 11일 남북 당국간 개성 실무회담에서 기존 계약을 모두 무시한 채 300달러로의 임금 인상과 토지임대료 5억달러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 북측 주장은 일방적일 뿐 아니라 국제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남한과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불 보듯 뻔한 무리한 요구를 내놓은 것은 더 큰 이득을 거둘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북한 당국은 지난 4월21일 첫 개성접촉에서부터 남측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산물인 개성공단의 특혜 조치도 폐기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모든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구체적 이행을 위해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북측은 북한 근로자의 낮은 임금과 토지 임대료 등이 특혜라고 봤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측이 중국(80∼190달러)이나 베트남(70∼90달러) 근로자보다 100∼200달러 많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기업들은 그동안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명시된 '종업원 월 최저노임은 전년도 종업원 월 최저노임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5% 한도에서 임금을 인상해왔다. 토지 임대료는 2004년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이미 납부한 것이다.

북측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탁아소 신설 및 도로 건설 등의 약속 이행도 요구했다. 하지만 기숙사 건설의 경우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거부로 지연된 사안이다.

◇북엔 실보다 득=북한이 과도한 요구안을 들고 나온 것은 남한 정부를 압박하고 한반도 긴장을 유지한다는 대남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시적 비난 여론이라는 '실'보다는 장기적인 정치·경제적 '득'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우선 남측과 협의가 잘 진행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토지 임대료를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받는 토지임대료 5억달러는 '거저 받는 돈'이 된다. 이 액수는 개성공단 부지를 추가로 개발할 때 임대료 기준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기존 75달러에서 300달러로 임금이 인상되면 북한 당국은 연간 1억260만달러를 더 쥐게 된다. 추후 매년 인상률도 무려 10∼20%를 제시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일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왜 기업인들이 남북 관계 경색의 볼모가 되어야 하냐"며 우리 정부의 대처에 불만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남남 갈등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모든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개성공단 협의에 응해야 할 상황이다. 남북 당국간 협의의 성패 여부는 개성공단 존폐와 직결되기 때문에 남북 관계는 계속 긴장 속에 놓이게 된다.

북한의 개성공단 요구안은 시점상 유엔의 대북 제재에 반발하는 의미가 있다. 이에 협력한 러시아나 중국 등에 항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를 견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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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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