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소비자 경품 규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경품고시)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 측은 “일률적인 경품규제는 기업의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간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규제개선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판·서점업계는 도서정가제를 완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의 신간에 대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정가의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품 규제가 폐지될 경우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할인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포인트나 마일리지, 실물 선물 등을 소비자에게 마구잡이로 제공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2000여 곳의 중소 서점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서점조합연합 이창현 회장은 “법을 개정하고 독립적인 시행령을 만들어 완전정가제를 시행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오프라인 서점들을 다 고사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범 출판계가 대정부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5일 긴급 기자회견 개최 및 항의 성명서 발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출판계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공정거래위는 뒤늦게 규제개혁위와 협의해 경품규제 폐지 대상에서 도서 부분만 제외, 내년 6월30일까지 1년간 유예키로 방침을 수정하고 11일 저녁 출판계 측에 구두로 통보했다. 이에 협회 측도 성명서 발표는 취소하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사태가 일단 수습은 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공정거래위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을 상대로 공청회는커녕 그 어떤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출판·서점업계 사람들은 경품규제 폐지 사실을 공정거래위 홈페이지를 보고서야 알았을 정도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의 부작용을 정부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밀어붙이는 것일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