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여야가 6월 임시국회 개회날짜도 잡지 못한 채 대치만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14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현재로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18대 국회가 유난히 대립이 심했지만 조율과 타협을 통해 쟁점 법안들을 처리한 사례도 없지 않다.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를 다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농협 개혁 법안을 처리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좋은 예다. 이들 상임위는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자제하고 협상과 신뢰를 중시함으로써 실마리를 풀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돌이켜봐야할 대목이다.
◇모두가 한발씩 양보=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농협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월 정부의 개정안이 넘어온 후 조율하는 데만 70여일이 소요됐다.
개정안은 농협 중앙회장의 대의원회 간선 선출 및 중임금지와 인사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변경 등이 핵심 내용이다. 농식품부가 요구한 단임 간선제를 관철하는 대신 민주당의 인사추천위 개선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또 개혁 대상인 농협에 대해 여야 모두 불필요한 정치적 공격을 자제함으로써 농협측이 개혁안을 받아들일 여지를 열어줬다.
정부와 여당, 야당, 농협과 농민단체 모두가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난제 중 난제였던 농협 개혁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개 법안서명식을 개최해 여야의 타협 정신에 화답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농수산식품위 간사는 "정치에는 일방 승리가 없다"며 "여당으로서 이룰 목표치가 있었지만 야당의 입장을 존중하고 대화했다. 여야 모두 100%를 얻지 못했지만, 역시 모두 전부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의 중재역할 중요=4월 국회에서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골자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기획재정위원회는 서병수 위원장의 끊임없는 조율 시도가 빛을 발했다. 여당이 정부의 일방 추진 움직임을 적절히 제어하고, 야당과 협상하면서 실마리가 풀린 경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양도세 중과 전면 폐지 방침이 확고했지만, 한나라당은 야당과 협상을 통해 2년간 한시적으로 투기지역에 한해 10%의 중과를 유지하도록 대안을 마련해 상임위 점거 등 파행을 피하고 법안을 처리했다.
한나라당 3선 출신의 서 위원장은 "여야간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의 걱정은 늘 정부 여당이 급해서 일방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며 "이를 덜어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을 배려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위는 당시 야당의 요구대로 교육세를 본세에 포함시키는 폐지법안의 처리를 6월로 넘겼다.
◇상임위 중심주의가 해법=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는 대치 상황도 상임위 중심주의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야당이 등원의 명분을 찾도록 여당이 좀더 관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 위원장은 "원내대표가 법안까지 개입해 이것 해라, 저것 마라하면 개원 협상 자체가 굉장히 어렵게 된다"면서 "법안은 상임위에 맡기고 여야간 끊임없는 조율 과정을 거치는 것이 꼬인 정국을 푸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