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3월 K병원에서 어깨보호기를 10만원에 구입한 김모(34)씨는 같은 방 환자 방모(45)씨가 비슷한 어깨보호기를 동대문 의료기점에서 3만원에 주고 구입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담당 의사가 추천한 업체에서 보조기를 구입했지만 방씨는 인터넷 검색과 발품으로 더 싸게 보조기를 구입한 것. 김씨는 “병원에서 보조기를 맞추라고 할 때 여러 업체의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속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허리를 다쳐 현재 J병원에 입원중인 김모(72)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병원측이 불러준 업체에서 척추보조기를 4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김씨의 보조기와 유사한 척추보조기는 다른 업체에서는 최저 2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김씨는 “한푼이라도 아까운 입장에서는 여러 상품을 비교해 사고 싶은 것 아니냐”며 씁쓸해 했다.
일선 병원마다 의료기 가격이 제각각인 데다 병원 측이 의료기의 선택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소비자 권리’가 제약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선호하는 특정업체를 통해 의료 보조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다른 업체와 비교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다는 것이다. K병원에서 척추 보조기를 48만원에 구입한 최모(70)씨는 “의사가 보조기를 사라고 하는 곳에서 당연히 사야되는 줄 알았다”며 “만약 다른 데서 사도 된다고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좀 더 싼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병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추천할 뿐 특정 업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J병원 총무과 관계자는 “병원에서 여러 업체의 수많은 상품을 다 소개해줄 수는 없다”며 “의사가 믿을 수 있는 업체 한 곳을 추천하면 그 업체에서 제작을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의료 보조기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권리가 제약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의사가 ‘추천일 뿐 강제는 아니다’라고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소비자로서 권리를 못 누리고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기는 구조”라며 “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문제점은 알고 있다. 한 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은 “의사는 환자에게 반드시 ‘보조기는 형편에 맞게 구입하거나 아는 데가 없을 경우, 병원 추천 업체를 이용하라’고 말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는 실제로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도 “보조기가 필요하다고만 말할 뿐 원하는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업체를 추천하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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