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9일 오전 서울 행당동 한양초등학교 강당. 앳된 얼굴의 6학년생 100여명이 난생 처음 혈중 알코올 농도 0.17% 상태를 체험했다. 이창건(13)군이 뒤뚱뒤뚱하며 한걸음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자 지켜보던 친구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한 발짝 옮기다 넘어진 신주연(13)양은 “이렇게 비틀거려본 것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물론 학생들이 실제로 술을 마신 것은 아니다. 특수처리된 ‘음주 고글’을 통해 만취 상태를 경험해보는 음주 예방 교육의 한 과정이다.
성동구 보건소와 한양대 간호학과는 이달부터 관내 6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음주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의 음주 경험률이 증가하고 음주시작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조기 음주 예방 교육이 필요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성동구는 2005년부터 ‘건강한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음주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음주 고글을 쓰고 일직선으로 걷기, 장애물 통과하기, 2m 앞 과녁 맞히기 등을 체험했다. 엉뚱한 곳으로 가다 넘어지고 바로 앞의 과녁도 맞추지 못하자 강당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음주 체험에 앞서 퀴즈를 통해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바로 잡았다. 절주강사인 홍윤기(27)씨가 “술은 음료수가 아니라 향정신성물질”이라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술은 마약”이라고 대답했다.
40분 남짓 짧은 교육이었지만 술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엄격해졌다. 김민지(13)양은 “고글을 쓰고 걸으니까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며 “술을 먹으면 어지러워진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조중원(13)군은 “아빠가 가끔 술을 드시는데 이제 술을 드시지 말라고 하겠다”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했다.
금주 교육의 결과는 긍정적이다. 2005년부터 교육 전·후 술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음주에 대한 지식과 알코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예방 교육 참여학교도 2005년 2개 학교 248명에서 올해 8개 학교 1596명으로 확대됐다.
초등학교가 더이상 음주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최근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최초 음주 시기는 초등학교 이하 41.6%, 중학교 44.1%, 고등학교 6.7%였으며 평균 나이는 13.4세였다. 인제대 음주연구소장 김광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음복 문화가 있어 어른으로부터 배우는 술은 괜찮다는 잘못된 생각이 많다”며 “아이들에게 술에 대한 올바른 규범을 세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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