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사진작가 ‘지구를 인터뷰하다’

13명의 사진작가 ‘지구를 인터뷰하다’

기사승인 2009-06-21 17:29:00


[쿠키 문화] 인도 뱅갈만의 고라마라 섬에 사는 드벤드라 다스는 해수면 상승으로 두 번이나 집을 잃었다. 이곳 주민들은 바다가 그들의 보금자리를 삼켜버리고 있는 현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인도의 사진작가 로빈 하몬드는 2007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스가 첫 번째 집을 잃고 흙탕물로 변한 섬 가운데 나무를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무심코 바라보고만 있기에는 안타까워 국내외 사진작가 13명이 지구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구는 마이크가 아니라 카메라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93점의 사진으로 내놓았다. 사진 속 지구는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로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이러다간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8월23일까지 열리는 ‘지구를 인터뷰하다-사진으로 본 기후변화’ 전은 기후변화의 실상과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7가지의 주제로 구성됐다. 제1장 ‘환경 학대’는 게르트 루드비히가 러시아 산업공해 현장을 고발한다. 철강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산화탄소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시베리아 노보쿠즈넨스크의 모습이 위협적이다.

2장 ‘불안한 미래’는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주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정주하의 카메라에 담겼다. 3장 ‘밀려드는 바다, 빙하의 이동’은 기후변화로 인해 문 앞까지 물이 차오른 태평양 투발루 주민의 모습을 로빈 하몬드가 포착했고, 눈과 얼음 대신 암석을 드러낸 에베레스트 롱복 빙하를 박종우가 촬영했다.

4장 ‘어두운 그림자와 경계 없는 폭풍’은 석회암으로 가득한 철강 생산 시설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이안 테가 클로즈업하고, 황사와 스모그로 고통받는 중국인의 모습을 이상엽이 카메라에 담았다. 5장 ‘메마른 호수, 생명력을 잃은 해변’에서는 앓고 있는 새만금의 현재를 보여주는 최영진, 가뭄 때문에 바닥을 드러낸 경주 보문호를 찍은 주명덕의 작품이 선보인다.

2007년, 5일 동안의 산불로 64명의 목숨을 잃은 그리스 차카로 펠로콘네스 마을을 촬영한 아니스 콘토스, 산호초가 떼죽음을 당한 스리랑카 히카두와의 해저를 찍은 프레드릭 나우만 등의 작품이 6장 ‘세계적 위험의 진혼가’로 펼쳐지고, 네팔의 다마크 자파 지역의 태양열 요리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노력을 담은 크리스 드 보데의 사진은 7장 ‘연기없는 불’에서 소개된다.

전시작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또다시 새 생명을 싹튀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연의 역동성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주영한국대사관과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국내 전시를 마친 뒤 10월13일부터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전시 기간 중 국제환경영화제와 재즈콘서트도 마련된다(02-720-0667).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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