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전하는 법조계 “미리 알았다면 선택 안했을 것”

변호사가 전하는 법조계 “미리 알았다면 선택 안했을 것”

기사승인 2009-06-22 18:08:02
[쿠키 사회] “변호사의 업무나 생활이 이런 것인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법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법조계의 실상을 담은 법조 지침서 ‘현직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계 속 이야기’의 저자인 최규호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책 머리를 이같이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법조인은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고 그래서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며 “그러나 막상 일해보니 사무실 운영비, 노후 준비 자금 마련 등 경제적 부담이 커 정의감을 발휘할 기회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일 실제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채 막연한 이미지만을 쫓은 자신에 대한 후회다.

최 변호사는 이 책에서 후학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법조계 조직 및 구성원과 그들의 생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수임한 사건의 성공을 위해 ‘변호사가 재판부를 속이기 위해서 거짓말로 서면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는 변호사업계의 껄끄러운 얘기도 털어놨으며 변호사 역시 술, 골프, 경조사 챙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업을 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특히 ‘골프의 비즈니스 효과’라는 부분에서는 “만약 변호사가 된다면 골프를 애용하는 편이 낫다”면서 “골프장에는 (영업)기회가 많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그는 “선배들 말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것보다 골프가 교제에 도움이 된다’고 해 골프를 배웠다”며 “실제 고교 동문 골프 대회에 참석한 이후 그곳에서 만난 선배 두 사람이 사건을 맡겼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자신이 시보 생활을 거치면서 체험한 판사 직역에 대해서는 “후에 자기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외부인을 만나지 않고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사는 것 같다”면서 “직역 만족도가 높지만 성격상 못 견디는 사람들도 가끔 생긴다”고 소개했다. 또 재판정에서 들키지 않게 조는 배석판사, 서열이 분명한 회식자리와 출근 시간이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등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원 내부의 시시콜콜한 얘기도 풀어놨다.

최 변호사는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을 밟다가 법조계로 진로를 바꿨으며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4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2007년에도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라는 수험지침서를 펴낸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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