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추가 기소된 뇌물공여 등의 혐의와 관련, 금품제공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을 부인하고 나선 것은 법원의 선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전 회장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추가 기소 사건 첫 공판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후원한다는 생각에서 돈을 준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상품권을 건네면서 내심 사돈인 김정복씨가 국세청장이 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말을 한 적은 없다”며 “김씨가 국세청장이 안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박 전 수석 역시 관련 편의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1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3억원을 준 적은 있지만 인사 청탁이나 사업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3억원은 정 전 비서관이 도와달라고 해서 준 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경우 이 부시장이 월간조선 대표이사로 근무할 당시인 2007년 2월 ‘태광실업과 관련한 의혹기사를 싣지 말라’는 부탁과 함께 2만 달러를 건넨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불리한 기사를 싣지 말라는 청탁이 아니라 미확인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은 금품제공자의 진술에만 기대지 않고 전후맥락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면서 “박 전 회장이 대가성을 부인했다고 해서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진술을 하는 3분여의 짧은 시간에도 변호인의 부축을 받았다. 변호인 측은 박 전 회장이 협심증 재발 위험성이 있고 요추 부분에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소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 전 회장은 “태광실업은 내 모든 것을 바친 회사”라며 “태광실업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공헌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박연차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 회장을 뇌물공여 및 배임증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박 전 회장이 추가 기소된 혐의를 모두 인정함에 따라 재판부는 별도의 피고인 신문 절차 없이 다음 기일인 7월7일에 결심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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