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알려진 그림의 인물이 이상의 절친한 친구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6∼1986)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영민(61)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자신이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7월호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글을 발표했다. 권 교수는 ‘이상이 그린 박태원의 초상’이라는 글에서 이상 연구에 앞장섰던 임종국이 1976년 잡지 ‘독서생활’에서 이상의 마지막 자화상이라고 소개한 그림(사진) 안 인물이 구보 박태원이라고 밝혔다.
연필 또는 펜으로 그린 간단한 스케치 형식의 이 그림에는 안경을 쓴 남자의 얼굴, 그 왼쪽에 일본어로 쓴 문구가 적혀 있다. 우측 하단에는 이상의 자필 사인이 표시돼 있다.
권 교수는 이상이 안경을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림 속의 인물이 이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특히 이상이 그림에 적어 넣은 문구에서 그림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꼬리표 달린 ‘猿(원숭이)’라고 지칭한 것에 주목했다. ‘원(猿)’은 박태원의 이름 끝 글자인 원(遠)과 발음이 같다는 것이다. 또 “정상적인 가정을 이끌면서도 예술적 충동을 이기지 못했던 박태원의 경우에 이러한 설명이 붙을 법 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또 “그림 속 인물이 둥근 테의 안경을 쓰고, 더벅머리에 갸름한 얼굴을 한 박태원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이상은 1931년 조선미술전회에서 유화 ‘자상(自像)’으로 입선했고, 39년 ‘청색지’에도 자화상이 소개되는 등 미술적 재능도 뛰어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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