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박물관’ 김종규씨 “30년전 1개서 600개로… 日 10분의 1 갈 길 멀어”

‘걸어다니는 박물관’ 김종규씨 “30년전 1개서 600개로… 日 10분의 1 갈 길 멀어”

기사승인 2009-06-28 16:07:00

[쿠키 문화] ‘걸어다니는 박물관’ ‘문화계 대부’ ‘마당발’ 등 김종규(70·사진)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에게 붙여진 별명은 한둘이 아니다. 30여년간 박물관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열정을 쏟았고, 출판 학술 공연 등 문화계의 크고 작은 일에 힘을 보탰다. 그가 최근 ‘한국박물관협회 30년’을 펴냈다. 한국박물관 100년사 가운데 박물관협회가 발족한 1976년부터 2006년까지 30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 발간은 예정보다 3년이나 늦었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김 명예회장은 “처음 만드는 사료집이어서 살아 계신 분들에게 일일이 자문을 얻고 증언을 듣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책이 빨리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재촉하지 않았다”고 늑장 출간의 변을 밝혔다.

한국박물관협회는 76년 서울 상봉동 한독의약박물관에서 32개 회원관으로 출발했다. 김 회장은 삼성출판박물관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당시 국립박물관은 1개밖에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땀흘리며 뛰다 보니 30년 동안 국공립 80여개를 포함해 394개로 늘어났어요. 지금은 600개관이 넘었죠. 하지만 6000개가 넘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 더 많이 생겨야 합니다.”

오랫동안 박물관협회 회장(1995∼2007년)을 맡은 그는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2004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서울에서 유치한 세계박물관대회를 꼽는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준비위원장을 맡아 박물관의 용산시대를 연 것도 그에겐 뿌듯함으로 남아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 한국현대사박물관이 건립되고 옛 기무사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들어서는 데에도 일조했다.

“박물관 하면 옛 유물이나 보존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달라졌어요. 우리 것은 물론이고 책이나 여행, 영화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세계의 문화를 넓고 깊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축사의 달인’인 김 회장은 국·공·사립 및 대학박물관의 전시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참가한다. 지난 16일 서울 신사동 호림박물관 개관전에서도 그는 “명품을 자랑하는 호림박물관 청자전에 최고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희 전 관장께서 오셔서 보기 좋습니다. 우리 것을 아끼고 가꾸는 일은 애국심 없이는 힘들어요. 두 박물관이 라이벌 관계로 우리 문화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 서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덕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지금 ‘인생 3기’를 사는 중이다. 인생의 첫 30년이 공부하고 준비한 기간이었다면, 두 번째 30년은 가업인 삼성출판사에 전력투구한 시기였고, 마지막 30년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문화행사에 가야 한다며 일어서는 그의 얼굴엔 박물관과 함께 한 세월이 ‘무척 행복하다’고 쓰여 있는 듯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사진= 김지훈 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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