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씨 까다’… 비속어 난무 한국어 교재들

‘호박씨 까다’… 비속어 난무 한국어 교재들

기사승인 2009-06-28 17:05:00
[쿠키 사회]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외국인용 한국어 교재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비속어들로 가득한 일부 교재들이 시판되고 있다. 맞춤법 오류는 기본에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르다’, ‘호박씨를 까다’ 등 터무니없는 비속어까지 등장해 한국어 교재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한모(30·여)씨는 지난 24일 호주인 직장 동료가 책장을 넘기는 한국어 교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책에는 ‘골때린다, 섹끈하다’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경우 큰 무례를 범할 수 있는 어휘들이 여과없이 실려 있었던 것. 한씨는 “이 책을 본 외국인이 한국말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냐”며 “책을 자세히 살펴 본 동료도 황당해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책은 E 출판사가 펴낸 영미권용 한국어 교재로 노골적인 성적 비속어가 가득하다. ‘따먹다’, ‘딱지떼다,’등 성적 비속어 뿐 아니라 ‘구라까다’, ‘깝치다’, ‘빡돌다’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속어까지 실려 있다. 이 책은 ‘한국 비속어(Korean slang)’를 소개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표지에는 ‘한국인처럼 말하는 방법’이라고 홍보하고 있어 한국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B 출판사의 한 중국인용 한국어교재도 관용어를 소개한다며 ‘쪽팔리다’, ‘새끼쳐라’, ‘배째라’, ‘고래잡다’ 등의 비속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책의 예시문에는 “유관순: 그나저나 요즘 아가씨랑 잘 되가냐?, 안창호: 응 그런 편이야. 넌 아가씨 안 사귀냐?. 유관순: 나야 연애할 시간이 있나, 잘되면 니가 나중에 새끼쳐주라”라는 내용이 버젓이 실려 있다. ‘되어가냐(돼가냐)’를 ‘되가냐’로 표시해 맞춤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현대사 위인들을 비속어 사례에 동원하고서는 ‘유관순: 한국의 독립운동가’라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또 “역시 명문대라 가르키고(가르치고) 배우는게 수준이 틀리구나(다르구나)” 등 기초적 문법도 맞지 않는 예시문이 여럿 있다.

이밖에 다른 한국어 교재들도 ‘알겠습니다’를 ‘알겠읍니다’로, ‘있습니까?’를 ‘있읍니까?’로 쓰는 등 표기법이 엉터리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신범순 교수는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엉터리 비속어를 일반적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잘못”이라며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저속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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