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아라비아 반도 동부에 위치한 카타르. 러시아, 이란에 이어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로 ‘에너지 강국’이지만 여타 중동 국가들처럼 물이 부족한 ‘목마른’ 나라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카타르의 ‘생명수’를 공급할 최대 규모의 담수·발전 시설이 한국기업의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 한낮 수은주가 50℃를 오르내리는 사막의 도로를 버스로 2시간 가까이 달리자 무수한 파이프라인과 대형 크레인들이 우뚝 솟은 대규모 플랜트 공사 현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현대건설이 ‘제2의 중동신화’를 기치로 내걸고 14개월째 진행 중인 ‘라스라판 C 발전담수 공사(RAPO·라포·사진)’ 현장이다. 작열하는 태양과 뜨거운 모래바람이 온 몸을 때리지만 6800여 현장 근로자들은 안전모와 선글라스,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작업에 여념이 없다. 라포 현장에 들어서자 최대 600t을 들어 올리는 크롤라 크레인이 폐열회수장치(HRSG) 위로 수십t의 철골 구조물을 들어 옮기는 중이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공사는 천연가스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1차로 전기를 생산(발전)하고, 남은 폐열로 바닷물을 끓인 뒤 응축시켜 2차로 용수를 만드는(담수) 초대형 기반시설 공사다.
현대건설이 카타르 수전력청(QEWC)으로부터 수주한 라포 공사의 총 사업규모는 약 31억달러. 이 가운데 현대건설의 공사금액은 20억6791만달러(약 2조670억원)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플랜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카타르 내에서도 가장 큰 담수·발전시설 공사로 손꼽힌다. 2011년까지 34.5개월간의 공사가 완료되면 하루 63MIGD(1MIGD=4000t/d)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데, 카타르 인구(약 160만명)의 절반 가량이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 초당 2728㎿를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원자력 발전소 3개가 생산하는 총 용량과 맞먹는다.
라포현장 총책임자인 최재찬 현대건설 상무는 “현재 공정률은 약 58%인데 다른 업체의 현장이라면 2년은 걸려야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라며 “비록 리스크가 많지만 풍부한 시공 경험과 현장관리 노하우, 설계와 시공, 시운전까지 일련의 과정을 현대건설이 책임지는 것이 공기 단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라스라판(카타르)=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사진= 현대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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