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야만적인 폭력, 그것을 교묘하게 덮어 버리는 침묵의 카르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인기 작가 공지영(46)씨가 30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신작 장편 소설 ‘도가니’(창비) 출간에 맞춰 기자들을 만났다.
이 소설은 지난해 11월26일부터 지난 5월7일까지 포털 다음의 ‘문학 속 세상’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제목은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힌 마녀사냥의 이야기를 다룬 아서 밀러의 1953년작 ‘크루서블(The Crucible)’이란 희곡에서 따 온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무진’이란 가상의 남쪽 지방 도시에 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장과 생활지도교사, 교직원 등이 장애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과 성폭행을 가하고 있는 사실을 갓 부임한 기간제 교사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알린다. 하지만 가해자들과 결탁한 교육청 시청 경찰서 등 지역 기득권 세력들은 비열한 수단과 방법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가해자들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2005년 광주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취재를 통해 쓰여진 이 소설은 연재 당시 누적 조회 수가 1100만건에 달했고, 많을 때는 하루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공씨는 “작품에 폭력과 성폭행 장면 등이 끔찍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 발생했던 사건과 사실은 이보다도 훨씬 더 참혹했다”고 말했다.
“DJ·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법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된 것 같아요. 그러나 법의 운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천박하고 야만적인 악과 그것을 덮는 교묘한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해요.”
공씨는 “어떤 인간이든 그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데,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권력은 필히 폭력적으로 변하고 부패해진다는 걸 강조하려고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상에 처음 소설을 연재한 소감도 털어놓았다. 그는 “매일 매일 글이 독자들에게 노출되고, 댓글이 올라온다는 사실이 힘들었다”며 “6개월 동안 광장에 서 있다가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씨는 다음 작품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자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1987년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당시 권력의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씨가 물고문으로 숨졌다는 부검 결과를 밝힌 황적준 고려대 법의학과 교수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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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예비군 동원훈련 연장 적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