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회용 교통카드 시행 두달…어렵기만 한 승차권 구입

서울 지하철 1회용 교통카드 시행 두달…어렵기만 한 승차권 구입

기사승인 2009-06-30 00:05:00


[쿠키 사회] 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시각장애 6급인 이모(48)씨는 1회용 교통카드 승차권을 구입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맸다. 역무원의 안내를 받고 싶었지만 매표소는 불이 꺼진 채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지나가던 시민의 도움을 받아 승차권 자동판매기 앞에 섰지만 이번에는 장애인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걸림돌이 됐다. 신분증을 대지 않으면 장애인용 할인 승차권을 받을 수 없었다.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데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이씨는 지하철을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지하철 승차권을 종이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1회용 교통카드로 대체했다. 하지만 장애인, 노인,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일반 승객조차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발권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절차가 번거로워졌기 때문이다.



종이 승차권은 안내창구에서 역무원이 직접 발부했지만 1회용 교통카드는 자동판매기에서 승객이 구입해야 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1회용으로 쓰는 우대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판매기에 신분증을 대고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교통카드 승차권을 도입한 직후 1주일 동안 관련 민원은 하루 평균 100여건에 이르렀다. 시는 그 뒤로 관련 민원이 얼마나 접수됐는지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일반 교통카드 사용자는 교통카드 승차권 도입 2개월 만에 82%에서 84%로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1회용 교통카드 도입 이후 일반 교통카드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승차권 발급 과정의 불편함도 영향이 있다"고 시인했다.

자동판매기의 잦은 고장도 문제다. 자동판매기 고장률은 카드 발매 7000건당 1회 정도다. 서울시내 지하철에 설치된 전체 900여대 발매기 중에 고장 등 기계 관련 문의는 하루에만 70∼80대에 이른다.

여기에 기본 요금 1000원 외에 추가로 내야 하는 보증금 500원을 놓고도 원성이 높다. 보증금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환급기에서 돌려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 관계자는 “1회용 교통카드는 종이 승차권 제작비용(연간 31억원, 장당 6.8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기존 기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다 보니 고장이 있지만 차츰 안정될 것이며, 카드 제작비용이 높기 때문에 미회수 상황을 대비해 보증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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