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류은규씨 6일부터 전시회…이제서야 근현대사 영욕의 흔적 공개

사진작가 류은규씨 6일부터 전시회…이제서야 근현대사 영욕의 흔적 공개

기사승인 2009-07-01 20:50:00
[쿠키 문화] 서울 출신인 사진작가 류은규(47)씨는 어린 시절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 큰아버지댁 바로 옆, 교도소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높은 담에 둘러싸인 교도소는 너무나 커 보이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배우던 1981년 7월, 교도소는 동내면 거두리로 이전했다. 옛 교도소 건물이 헐린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교도소 내부를 촬영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당시 경비를 맡고 있던 분한테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했어요. 절대 안된다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기에 그분이 퇴직할 때까지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겨우 찍을 수 있었죠.” 83년 12월, 류씨의 카메라에는 그동안 한 번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춘천교도소의 모습이 수십 장 담겼다.

류씨는 촬영을 허락한 경비와의 약속대로 사진을 25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오는 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충무로2가 갤러리 이룸에서 ‘100년의 기억-경성감옥 춘천분감’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아치형의 옥사 입구와 감방으로 들어가는 철제문, 죄인에게 주의시키는 경고문, 유신체제 때의 문구 ‘우리의 각오’, 감방 안 목욕탕 등 20여 점을 소개한다.

1909년 경성감옥 춘천분감으로 출발한 춘천교도소는 23년 서대문형무소 춘천지소로 이름이 바뀌고, 46년 춘천형무소로 승격된 뒤 61년 다시 춘천교도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양구 출신 의병장 최도환(1851∼1911)이 투옥 중 순국하고, 미군정 시절 ‘폭동 음모사건’ 등 좌우익 극한 대립이 펼쳐졌으며,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2년간 투옥된 곳이기도 하다.

옛 춘천교도소 자리는 현재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류씨는 “근현대사에 많은 흔적을 남긴 장소이지만 서대문형무소와 달리 자료 사진이 많지 않고 특히 내부 사진은 거의 없다”면서 “당시 경비 아저씨와 연락이 닿지는 않지만 춘천교도소 개소 100주년을 맞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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