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부품제조업체 터보씰의 직원들은 요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지난달 19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연구진과 반년 넘게 머리를 맞댄 끝에 발전용 터빈에 쓰이는 핵심 부품 ‘다이아프램’을 개발해 특허까지 따냈기 때문이다.이 부품 개발로 난방공사는 약 12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업체 측은 수천억원대의 스팀 터빈 부품 시장 판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정택호 터보씰 사장은 1일 “우리 회사의 기술과 난방공사의 아이디어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며 “그동안 전량 수입해 오던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만족해했다.
기업간 상생경영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 중소 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일방적인 자금·기술 지원이 주를 이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기술개발 및 공동 설비구축 등 상호 ‘윈-윈’하는 전략적 상생 경영이 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달 말 해외에서 수입하는 발전용 유연탄 1500만t의 수송을 15년 동안 SK해운에 맡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남부발전은 이 계약에서 SK해운에 지급해야 할 총 운임 1억달러 가운데 20%인 2000만달러를 선(先) 지급하는 결제 방식을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선지급 방식은 물량을 실어나를 전용선을 구매해야 하는 우리 선사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수송 원가까지 절감되기 때문에 결국 남부발전 측에도 이득이 된다”고 흡족해했다.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는 유사·동종 업계간 협업도 활발하다.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GS칼텍스 공장은 지난 2월부터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삼성토탈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잉여 부산물인 유분을 매년 7만t씩 공급받고 있다. 삼성토탈의 경우 부산물을 재가공하는 것보다 GS칼텍스에 판매하는 게 수익성이 좋고, GS칼텍스 역시 수입을 대체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두 회사는 각각 60억원씩 연간 12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및 수익을 추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에쓰오일과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원유 저장소를 함께 사용 중이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연 3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에쓰오일은 저장소의 추가건립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전략적 상생경영 지원에 적극 나설 태세다. 지식경제부는 1일 대·중소기업 200여곳과 함께 설계 및 생산, 물류 분야의 협업 프로세스 IT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 IT혁신사업’ 발대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업간 상생을 위한 협업은 비용 절감과 수익개선, 나아가 경영 혁신을 이끄는 모태가 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영 방식은 점점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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