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수중 문화재의 보고로 떠오른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고려청자 등을 실은 고선박 2척이 확인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최근 태안군 근흥면 마도 북동쪽 400m 해상 일대에서 수중발굴조사를 시행한 결과 선체 2척과 함께 고려·조선·청나라 등 도자기 380여점을 인양했다고 2일 밝혔다.
조사구역 중 Ⅰ구역에서 흔적을 드러낸 선체는 전체 규모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밑판 5개와 좌우 날개판 2개씩이 남아 있었다. 이 선박에서는 청자잔 등 60여점과 땔감 소재인 석탄 덩어리를 발굴했다. 또 볍씨와 묵서(묵글씨)가 남은 죽간(대나무 판에 쓴 글씨)과 목간 조각이 1점씩 수습됐다. 수중에서 죽간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Ⅱ구역에서 발견된 또 다른 선체에서는 좌우 날개판 2개와 나무 닻에 매달아 사용했던 닻돌 5개를 발견했다. 다량의 닻돌은 이 지역이 선박 난파가 잦았던 곳임을 알려주는 자료다. 뱃사람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항아리와 철제 솥, 맷돌, 청동그릇, 수저 등도 인양했다.
인양된 도자기는 11세기 해무리굽 고려청자를 비롯해 14세기 후반의 상감청자, 15세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17∼18세기 백자, 송대부터 청대에 이르는 중국 도자기 등이다. 연구소 측은 “시대와 국적이 다른 다양한 도자기가 출토됨으로써 이 지역이 국제 무역 항로로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서해안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고선박은 완도선(1982년) 목포 달리도선(1999) 목포 안좌선(2005) 안산 대부도선(2007) 태안선(2007) 등 5척(이상 고려선박으로 확인)이 있으며 이번 2척까지 합쳐 모두 7척으로 늘어났다.
한편 이번 선체 확인으로 태안 앞바다는 ‘선박의 공동묘지’라는 별명을 굳히게 됐다. 2007년 고려청자 2만3000점을 쏟아낸 태안선이 발견된 이곳에는 1403년 한 해에만 34척이 침몰했으며, 1414년에는 66척이 침몰하거나 좌초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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