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교통법규 위반 단속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검거 위주였다. 법규를 지키지 않아 붙잡힌 운전자는 빠짐없이 교통 경찰관의 실적 리스트에 올랐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함정단속도 빈번했다.
경찰이 이런 단속 방식을 바꾸고 있다. 가벼운 실수는 봐줘 운전자 스스로 교통 법규를 지키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강 청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교통 관련 단속은 어지간하면 계도장 정도만 발부하고 ‘딱지’는 끊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교통 경찰관이 경직된 단속을 하다 보니 경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강 청장은 “명절 때 고향 가는 가족을 신호 위반으로 단속하면 경찰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나빠지겠냐”면서 “그냥 ‘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하고 계도장만 발부해도 운전자들은 교통 신호를 잘 지키고 과속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청장의 지시는 도로 위의 경찰관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통 단속에 걸려 처벌된 건수는 전국적으로 183만3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3만722건보다 30만401건이 줄었다. 반면 계도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18만4144건에서 205만950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실 최은정 경감은 “경찰청장이 교통 단속 관련 실적을 아예 보고받지 않겠다고 한 뒤 건수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봐주겠다는 법규 위반은 가벼운 신호 위반, 안전띠 미착용, 운전 중 휴대전화 통화 등이다. 예컨대 가족을 태우고 낯선 길에 들어선 운전자가 길을 잘 몰라 신호 위반을 하면 교통 경찰관 재량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안전띠 미착용도 처음 단속에 걸렸으면 교통 경찰관이 봐줄 수 있다. 다만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중앙선 침범 등은 봐주지 않는다. CCTV에 과속 사실이 찍혀도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경찰은 법규 위반 행위를 봐줄 때 ‘질서 협조 요청서’를 그 자리에서 내준다. 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은 기록으로 남는다. 다음에 같은 법규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박근순 교통안전담당관은 “가벼운 법규 위반이라도 휴대용 정보 단말기(PDA) 조회 결과 6개월 내 2차례, 1년에 3차례 이상 법규 위반 사실이 있을 때는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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