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카피의 귀재,남규택 KT 통합이미지담당 전무

광고카피의 귀재,남규택 KT 통합이미지담당 전무

기사승인 2009-07-05 17:19:00


[쿠키 경제]‘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집에서 쿡해’, ‘쿡 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KT의 유선 통합브랜드 쿡(QOOK) 광고 카피다. KT통합이미지전략담당 남규택(49) 전무는 쿡 브랜드를 만들고 광고 제작을 지휘하고 있다. KTF에서 일할 때 ‘쇼(SHOW)를 하라 쇼를’이라는 카피를 빅히트 시켰다. KT의 이미지가 그의 손에 달린 셈이다.

5일 경기도 분당 정자동 KT 본사에서 만난 남 전무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올해 초 팀을 꾸리고 3개월 간 밤낮 없이 매달려 만든 브랜드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톡이 지난주 발표한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쿡은 단숨에 6위로 신규 진입했다. 또 동서리서치가 지난달 첫째주 실시한 정보통신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쿡은 91.6%의 인지도를 기록했다. 브랜드 출시 2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남 전무는 “출시 후 3개월되는 시점에 인지도 90%를 달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한 달이나 앞당겨졌다”며 “쇼 브랜드 론칭 때보다도 보름 이상 빠른 기록”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기존 브랜드를 버리고 새 것을 창조하는 일은 모험이다. 돈이 많이 드는데다 반응이 어떨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남 전무는 1등에 도전하기 위해 2등 브랜드 KTF를 버리고 ‘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또 이번에는 KT의 혁신적인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메가패스, 메가TV, KT전화 등 오래된 이름을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내세웠다.

정말 이거다 싶은 브랜드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 전무는 “쇼 이름을 짓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처음 쇼가 후보에 올라왔을 때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제외시켰다가 고심 끝에 다시 채택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쿡은 시간이 없었다. KTF와의 합병 전에 론칭해야 했기 때문에 브랜드 네이밍부터 로고와 광고 제작을 3개월 안에 끝내야 했다. 유선통신 상품이 사용되는 공간인 ‘집’을 나타내면서 ‘쇼’와 어울리는 한음절 단어를 찾았다. 300여개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 쿡으로 결정했다.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이기도 하고 집안에서 여러 기기를 요리(cook)한다는 의미도 된다. 영문 표기는 당초 ‘COOK’에서 C를 빼고 ‘Quality(품질)’의 Q를 쓰기로 했다.

쿡은 강렬한 티저 광고(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자극적인 카피가 이목을 집중시켰고 탤런트 변우민, 산악인 엄홍길씨의 광고 속 불쌍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남 전무는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외계인 ET도 집 떠나 고생하는 모델 후보였는데 저작권 문제로 탈락됐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커뮤니케이션도 효과적이었다. 브랜드 론칭 전 포털사이트 다음에 쿡 로고를 드러내는 항공사진을 올렸다. KT 임직원들은 자택에 쿡 현수막을 걸고 자동차엔 쿡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모두 ‘쿡이 도대체 뭐야’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려는 활동이었다. 쿡이 정체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발음이 비슷한 쿠쿠홈시스의 쿠쿠밥솥이 어부지리 홍보 효과를 얻기도 했다.

남 전무는 “기획 단계부터 전방위 프로모션 활동을 계획해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쇼는 출시 후 한 달 동안 100억원을 쓴 데 비해 쿡은 60억원 밖에 들지 않았다.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 출신인 남 전무는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주로 KTF에서 마케팅과 기획 일을 해왔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젊은 직원들을 이끄는 임원답게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남 전무는 KT 농구동호회장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농구코트에서 후배들과 땀 흘리며 뛴다. 책상머리에만 앉아서는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산책을 하거나 비디오도 자주 본다.

남 전무는 “지금까지는 바빠서 못 했지만 조만간 ‘우자일(우뇌를 자극하는 날)’을 정해 팀원들이 한 달에 하루 반나절은 자유롭게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을 쏘다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뭔데 그래◀ 예비군 동원훈련 연장 적절한가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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