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 유혈 시위] 참혹한 현장서 한맺힌 울부짖음 퍼져

[우루무치 유혈 시위] 참혹한 현장서 한맺힌 울부짖음 퍼져

기사승인 2009-07-08 01:49:00


[쿠키 지구촌] "내 아들, 내 남편, 우리 아빠를 돌려달라."

그들의 시위는 시위가 아니었다. 한맺힌 울부짖음이고 인간 본성에 대한 애끓는 호소였다.

7일 오전 11시 위구르인 밀집지역인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남쪽 다완난루 종합시장 앞.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이 다수인 위구르인 1000여명은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병력에 맞서 이렇게 외쳤다. 중국 당국의 강경진압에도 시위가 또 발생한 것이다.

위구르인들은 '우리에게 자유를' '민족차별 철폐' 등 거창한 구호도 외쳤지만 대부분 지금 자신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탄압에 항의했다. 40대 한 여인은 "당국의 유혈진압으로 내 아이 4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피를 토하듯 울면서 소리쳤다. 20대 한 여인은 "시위 발생 이후 공안당국이 위구르인 거주지역을 샅샅이 뒤져 아버지와 남편들을 무조건 잡아갔다"고 하소연했다.

무장경찰과 특수경찰 1500여명은 장갑차 5대와 군용지프 등 10여대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시위대를 도로 양쪽에서 에워싸고 해산을 종용했다.

무장병력에 맞서 시위가 게속되던 중 차도르를 착용한 30대 여인이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한손엔 목발을 짚고 무장병력 앞에 다가선 그녀는 당국이 끌고간 동생 3명과 남편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 그녀의 뒤를 울부짖는 여인들과 아이들이 따랐고, 다시 피끓는 장정들이 뒤를 이었다.

다소 주춤하던 경찰병력은 시위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곧바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강하게 반격했다. 밀고 당기는 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쓰러지는 여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속속 발생했다. 시나브로 시위가 과격해지자 윗옷을 벗어던지며 과격하게 대항하는 젊은이들도 하나 둘 나타났다.

그러자 이번엔 무장 경찰병력 뒷편에서 대기중이던 장갑차 4대가 시위대를 밀어붙였다. 한쪽에서는 최루탄이 발사됐고, 다른 한쪽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AK 소총을 휴대한 수백명의 경찰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견도 눈에 띄었다. 일측즉발의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의 카메라 셔터를 의식한 듯 공안당국은 매우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시위대와 무장경찰간 일부 몸싸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 5일 가장 과격한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시위가 벌어진 6차선 도로 옆 2층짜리 신장유통상무유한공사 건물은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1층 자동차 판매점에 주차된 차량들은 완전히 전소했고, 건물 유리창은 모두 깨진 채 파편만 남아있었다. 건물은 불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진한 화염 냄새는 코를 자극했다. 당시 2층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직원 미지티씨(28)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이었다"고 증언했다.

한족들도 시내 곳곳에서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들고나와 맞불시위를 벌였다.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한족 3000여명은 오후 3시쯤 중산루에 모여 위구르족의 과격시위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후 해산한 한족들은 오후 늦게까지 시내를 활보하며 무력시위를 계속했다. 일부는 위구르족 상점과 식료품점을 때려 부쉈다. 하지만 무장경찰은 한족을 제압하지 않았다. 위구르인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위구르인들의 시위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제2의 도시 카스 등 주변지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한족과 위구르족간 민족대결 양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안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2만여명의 병력을 동원, 시내와 시외 곳곳에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오후 9시부터는 야간 통행금지까지 실시됐다. 시내 곳곳에는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채 삼엄한 경계를 벌이고 있는 무장경찰과 군인들만 눈에 띄었다. 특히 위구르인들 거주지역은 사실상 무장병력에 의해 완전 봉쇄됐다. 공안 당국은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실시, 143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156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도 10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루무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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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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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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