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각장애인용 ATM 설치 의무화

은행 시각장애인용 ATM 설치 의무화

기사승인 2009-07-12 10:34:00
[쿠키 경제] #사례1-시각장애 1급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김모씨(28·여)는 최근 저녁에 급히 돈을 찾기 위해 농협을 찾았으나 시각장애인용 자동입출금기(ATM)이 없어 일을 볼 수 없었다. 비밀번호 등 금융 거래내역이 누출될까봐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ATM 개선 권고를 이끌어냈다.

#사례2-시각장애 2급으로 저시력자인 이모씨(35)는 은행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시력이 약한 탓에 ATM 화면 가까이 얼굴을 대고 숫자를 입력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비밀번호 오류가 나기 일쑤다. 결국 은행 창구에 가서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이처럼 전자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금융기관들이 장애인용 자동화기기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12일 장애인이 자동화기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편의를 제공하는 의무화하는 내용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법 개정안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 장애인을 위한 현금자동지급기 또는 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단계적 설치 범위 및 정당한 편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가령 2010년까지 전체 ATM 5대 중 1대, 2012년까지는 4대 중 1대 씩으로 설치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시각장애인용 ATM기 보급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128대로 가장 많지만 그나마도 전체 ATM의 1.4%에 불과하다. 신한은행과 농협, 기업은행도 각각 50대와 20대,18대를 설치하고 있으나 전체의 0.8%와 0.4%, 0.5%에 그쳤다. 이밖에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외환은행 등은 아예 한대도 없고 향후 설치 계획만 갖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장애인용 ATM 설치에 소극적인 것은 비용문제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애인용 ATM이 일반 ATM에 비해 5% 정도 비싸고, 접근성 보장을 위한 휠체어 등 편의시설 설치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ATM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전용 ATM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법 외에도 모든 ATM에 화면확대, 음성지원, 촉각돌기 부착 등 장애인을 위한 옵션을 내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금융 서비스 편의 제공의 법적 근거를 좀 더 명확히 하고 ATM 설치기준 등 세부 사항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되 금융당국이 이행여부를 철저히 감독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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