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아무도 선뜻 입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는 거침없이 했다. 야유 대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동의의 표시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 가나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수도 아크라에서 행한 의회 연설에서 “아프리카가 겪는 고난의 적어도 일부분은 아프리카인의 책임이며, 빈곤과 부패를 끝내는 것도 아프리카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비판에 의원들은 열렬한 박수와 오바마의 선거 슬로건 “예스, 위 캔(Yes, we can)”으로 답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케냐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를 조카에 빗대 “사랑스러운 조카가 아프리카인들에게 들려준 씁쓸한 진실”이라고 평했다.
오바마여서 가능했던 말들
연설의 키워드는 책임감이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아프리카의 미래가 아프리카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며 “짐바브웨의 경제 파탄과 내전에 동원된 소년병들의 책임을 전부 서구에 돌리기는 어렵다”고 아프리카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가 국부를 약탈하고 경찰이 마약상들에게 매수되는 나라는 부유해질 수 없다. 누구도 법이 야만과 뇌물에 자리를 내준 사회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제 부패와 독재를 끝내야 한다. 아프리카에는 강한 지도자가 아니라 강력한 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국을 거론했다. 오바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많았으나 지금은 완전히 추월당했다”며 한국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 국가로 소개했다.
오바마가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충고를 직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역시 뿌리가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그는 케냐 염소 목동 출신의 아버지와 식민지 시절 케냐에 와있던 영국인 요리사로 일한 할아버지를 언급하며 “내 가족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비극과 승리를 모두 담고 있다. 결국 내게는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나에 간 이유는
오바마가 아버지의 나라 케냐와 서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가 아닌 가나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가나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성공모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1520달러(2008년 기준)인 가나는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 아타 밀스가 승리하면서 사상 두 번째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가나 출신 노예의 후예로 알려진 아내 미셸의 인연과 미국·가나간 오랜 파트너 관계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방문으로 가나는 ‘오바마 열기’에 휩싸였다. 이미 수많은 오바마 레스토랑과 미용실이 성업중인 아크라 거리는 버스 광고판과 행인들의 옷, 입간판까지 온통 오바마 얼굴로 도배가 됐다.
마지막 일정으로 오바마는 가족과 함께 과거 가나 최대의 노예 수용시설 케이프코스트 캐슬을 방문했다. 오바마는 “아프리카인 후예인 내 두 딸이 노예가 수출되던 ‘돌아올 수 없는 문’을 돌아보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인류는 진보의 방향으로 걸어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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